[한강편지47] 원앙 옆 까치와 너구리까지

조은미
조은미 인증된 계정 · 읽고 쓰는 사람. 한강조합 공동대표
2024/02/15
(탈진한 까치에게 물을 먹여준 안연수 자원봉사자 C.윤상희)


그는 풀섶에서 기진맥진 탈진한 까치를 보았습니다. 조심스레 다가가서 양손으로 들어올려도 까치는 저항도 없이 가만히 있습니다. 무슨 일이니? 그는 까치에게 눈빛으로 물었죠. 까치를 물가로 데려가자, 까치는 허겁지겁 물을 마십니다. 어느 정도 물을 마시자 그는 다시 까치를 안전한 곳으로 옮겨줍니다. 그는 자주 중랑천에 자원봉사를 하러 나오는 안연수 님입니다. 

그녀는 유리창에 부딪혀 죽어 있는 붉은머리오목눈이를 보았습니다. 덤불 사이로 경쾌하게 드나들었을 이 작은 새는, 그 경쾌함으로 날아다니다가 투명한 창에 비친 하늘로 닿고 싶었나 봅니다. 단단하고 차가운 유리창은 붉은머리오목눈이를 내동댕이치고 죽음으로 몰았습니다. 그녀는 새의 죽음을 애도하며, 유리창에 조류충돌방지 스티커를 붙였습니다. 진천 미호강과 미르숲에서 생물다양성 증진 활동을 하는 박비호 님이 어제 한 일입니다.
(유리창에 부딪혀 죽은 붉은머리오목눈이. 뱁새라고도 불리는 사랑스러운 새입니다. C.박비호)
하트 모양의 작은 섬은 지난 1월에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자원봉사자들이 만든 섬입니다. 쉴 곳이 부족한 원앙과 같은 새들이 쉬어가라고 중랑천에 만든 몇 개의 섬 중의 하나인데, 기왕에 만드는 것이니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 모양으로 만들자고 해서 그렇게 만들어졌어요. 어제는 연인들의 사랑을 기리는 발렌타인 데이였습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랑의 섬에서 숨을 거둔 새끼 너구리를 보았습니다. 

겨울철 먹이가 부족했는지, 몸이 약해 죽었는지 이유는 알 수 없습니다. 죽은 지 며칠 지...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59
팔로워 57
팔로잉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