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력한 슬픔
2024/10/04
영화 <헤어질 결심> 대사처럼, 어느새 슬픔에 물들어 있는 스스로를 발견했습니다.
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추워지는 날씨 속에 '이 땅에 발붙인 채, 슬픔에 잠긴 또 다른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오늘도 여전히 아픈 사람들 말입니다. 아무리 아파도, 어느 누구도 아프다는 말을 들어주지 않는 바로 그 사람들 말입니다.
오래전, 김승섭 교수님의 책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 '몸에 아로새겨진 고통을 읽어내는 법'을 책으로 배웠기 때문입니다.
더 약한 사람들이 더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가고 그래서 더 자주 아픕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득이 없는 노인이, 차별에 노출된 결혼 이주여성과 성소수자가 더 일찍 죽습니다.
사회적 폭력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경험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 상처를 이해하는 일은 아프면서 동시에 혼란스럽습니다. 그러나 우리 몸은 스스로 말하지 못하는 때로는 인지하지도 못하는 그 상처까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몸은 정직하기 때문입니다. 물고기 비늘에 바다가 스미는 것처럼 인간의 몸에는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의 시간이 새겨집니다.
공동체는 그 구성원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책임을 지니고 있습니다.
혐오의 비가 쏟아지는데, 이 비를 멈추게 할 길이 지금은 보이지 않아요. 기득권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합니다. 제가 공부를 하면서 또 신영복 선생님의 책을 읽으면서 작게라도 배운 게 있다면,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피하지 않고 함께 있을게요. 감사합니다.
현실에 내던져진 슬픔
그 슬픔을 현실에 적용하여 상처들을 찬찬히 읽어내고 있습니다.
혼란스러움을 감내하고 있습니다.
함께 비 맞는 심정으로 이번주 이태원 참사 판결을 읽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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