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회와 망각할 권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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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컷 · 알고보면 쓸모있는 신기한 문화비평
2023/04/15
디지털 사회와 망각할 권리(M이코노미뉴스)

디지털 사회와 망각할 권리

지역 도서관에서 일본어를 배운다. 수업시간에 강의실을 잘못 찾아 들어갔다. 5층 강의실인데 6층에 간 것이다. 4주 차가 되어가건만 강의실 번호 세자리를 못 외워서 발생한 일이다. 왜 아직도 못 외웠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스마트폰이 원인이다.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 중 하나가 매일 수업시간과 강의실을 알려준다. 지금껏 그것에 의존해 수업에 출석했고 4주라는 긴 시간 동안 세자리 숫자를 못 외웠다. 

정확히 말하면 기억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기억할 필요가 없었다는 게 맞겠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성장으로 기계의 기억력은 나날이 진화했다. 덕분에 우리는 이제 간단한 정보조차 주체적으로 기억할 필요가 없다. 요즘 떠오르는 디지털 치매라는 질병으로 인간이 스스로 정보를 기억할 수밖에 없던 과거에서 이제는 더 이상 인간 본래 기억력에 의존할 필요가 없어진 데 따른 일종의 퇴화 현상이다. 

현대인은 모두 스마트폰·태블릿·컴퓨터 등 가장 발달한 기억저장장치를 휴대하고 다닌다. 우리는 뛰어난 기억을 가진 기계를 마치 신체의 일부인 양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기계를 사용하여 실시간으로 영상·음성·문자와 같은 정보를 기계에 저장한다. 저장을 넘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블로그·웹페이지 등 인터넷 세상에 자신의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한다. 공개된 정보는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대중들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다. 각 대중에 의해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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