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콘텐츠’를 만드는 일

애증의 정치클럽
애증의 정치클럽 인증된 계정 · 지친 당신을 위한 품위있는 정치이야기
2023/10/20
안녕하세요, 애증의 정치클럽 🍂건조 에디터입니다.

최근 유독 마음에 남은 글을 소개하며 시작해 봅니다. 이나다 도요시의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입니다. 영상물을 ‘빨리 감기’로 보는 습관을 주제로 이 시대의 문화 트렌드를 분석한 책인데요.

저자는 영상 작품이 ‘작품’에서 ‘콘텐츠’로 변모했음을 짚어냅니다. ‘콘텐츠’는 양적으로 파악됩니다. ‘콘텐츠’를 ‘소비’할 때 중요한 것은 단시간에 대량으로 정보를 소비해 얻는 쾌감입니다. 반면 ‘작품’은 ‘감상’의 대상입니다. ‘감상’은 작품을 접하고 음미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행위로 ‘소비’와 구분됩니다.

정치 기사는 매일 몇 백 개씩 쏟아집니다. 그 사이에서 분절된 맥락을 찾아 붙이고 중요한 쟁점을 뽑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이 애정클이 처음 목표한 ‘콘텐츠’의 형식이었습니다. 단시간에 대량의 정보를 효율적으로 소비하게 해, 이 사회를 움직이는 ‘중요한’ 일의 흐름을 놓치지 않게 하는 것. 그 흐름에 탑승해 있다는 만족감을 주는 것입니다.

애정클을 만들었을 때의 저도 그런 욕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정치라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많은 일은 마냥 ‘소비’하기 어렵습니다. 그러기엔 나의 삶과 너무 가깝거나, 심각하거나, 참혹합니다. 그런 일은 ‘감상’하기에도 적절치 않습니다. ‘소비’와 ‘감상’의 공통점이 있다면, 대상과 나 사이 안전한 거리를 확보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니까요.

정치에서 우리는 사안마다 다른 자리에 놓입니다. 그럴 때마다 다른 태도를 취하게 되는 것이 정치의 현실이라면, ‘정치 콘텐츠’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지 고민하게 됩니다. ‘소비’도, ‘감상’도 아닌 제3의 길을 발견해야 할까요? 오히려 스스로를 모든 사안을 ‘소비’할 수 있는 자리에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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