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건 해결의 ‘법시장화’에 대한 논문을 읽고

전지윤
전지윤 · 배우고 글 쓰고 활동하는
2021/11/25
얼마 전 <성폭력 사건 해결의 ‘법시장화’ 비판과 ‘성폭력 정치’의 재구성에 관한 연구>(김보화) 논문을 구해서 보고, 논문의 필자가 직접 연사로 참가한 줌토론회도 참가해서 들었다. 성폭력 피해자들을 조력해 온 내 자신의 경험과 입장에서뿐 아니라 여러 가지 점에서 유익하고 흥미롭고 너무 배울 것이 많은 논문과 강연이었다. 논문은 먼저 성폭력 사건이 법적 해결이라는 방향으로만 치우치면서 나타나는 역효과를 지적한다.

“성폭력이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 있는 개인들의 이익다툼으로 이해되고 법시장 안으로 소급되어가면서 성폭력 사건의 해결은 위험 관리의 개인화를 추동하고 있다. 그리고 피해자의 치유를 산업화하고 가해자들의 보복성 역고소들을 용인하면서 법인들의 역할을 강화시키는 방식으로 탈정치화되고 있다.”

여기에는 이것을 통해 수익을 얻는 세력들의 존재가 있다. “근저에는 소위 ‘성범죄 전담법인’이 있다. 이 법인들은 ‘성범죄 전담변호사’, ‘무혐의, 무죄 받아드립니다’, ‘무고 전문’, ‘미투성폭력 전문’ 등의 문구를 온/오프라인에 홍보하고) 패키지 상품과 같은 형태로 방어와 (역)고소 건수를 늘려 수임료를 올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법인은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에게서 수익을 얻는다. 

“한 법인에서는 남자 변호사를 내세워 ‘억울한 가해자를 도와드립니다’라며 가해자를 유인하고, 여자 변호사를 내세워서 ‘피해를 구제합니다’라고 동시에 홍보하는데 결국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성범죄 전담법인에 ‘돈을 갖다 바치는’ 상황이 되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가해자 연대’가 확대되는 현실은 상당히 놀라웠다.

“(전직)경찰·검찰·판사 및 학자들, 심지어 심리상담소, 범죄심리학 전문가들”이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성폭력 가해자 지원산업을 확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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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보다 사람이 목적이 되는 다른 세상을 꿈꾸며 함께 배우고 토론하고 행동하길 원하는 사람입니다. <다른세상을향한연대>라는 작은 모임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쓴 첫 책에도 관심 부탁드립니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29168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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