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의 세계지도: 영미식과 네덜란드식의 사이

김수민
김수민 인증된 계정 · 정치평론가
2023/02/13
대화하는 남인순 정개특위 위원장과 조해진 의원 2023.01.26 (서울=연합뉴스)
지난 2월 6일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선거제도 개혁 방안을 4개로 압축했다. △소선거구제+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전면적 비례대표제 등이 현재까지 도출된 안이다. 
 
하지만 이로써 논의가 상당히 좁혀졌다고 보기는 힘들다. 굵직한 쟁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 1)선거구를 한 선거구에서 한 명씩 뽑는 소선거구로 할지, 여러 명을 뽑는 중대선거구로 할지, 아니면 도시 지역은 중대선거구로 하되 농어촌 지역은 소선거구로 할지(도농복합 중대선거구제) 2)정당 지지율을 반영해 배분할 의석을 비례대표 의석에 한정할지(병립형 비례대표제), 지지율에 비해 지역구 의석이 모자란 정당에게 비례대표 의석을 우선 배분할지(연동형 비례대표제), 3)비례대표 의석을 권역별로 나눌지 전국구 비례대표 의석을 그대로 둘지(권역별/전국구) 등이 쟁점으로 남아 있다.
 
여기서 나올 수밖에 없는 주제는 ‘해외 국가들의 선거제도는 어떤가?’이다. 다년간의 논의로 좁혀진 선거제도만 해도 네 갈래라면, 세계적으로는 그보다 더 다양한 사례가 펼쳐져 있을 것이라고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각각의 방안이 어느 나라 모델에 가까운지도 논의에 힌트가 될 수 있다. “민주주의 선진국에는 중대선거구제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따위의 가짜뉴스도 넘어야 한다.  
 
흔히 소선거구제 찬성론자들은 “민주주의 본고장인 영국과 미국에서 실시해온 소선거구제는 이미 검증을 통과한 제도”라는 취지로 주장한다. 영국과 미국은 모든 국회의원을 한 선거구에서 한 명씩 선출하며, 한 차례만 투표해 1위를 가리는 ‘소선거구-단순다수제’다. 비례대표 의원은 한 명도 없다. 영연방의 일원인 캐나다도 같은 제도를 채택하고 있고, 호주와 뉴질랜드도 과거에는 이 제도를 채택했었다. 미국의 영향을 맏은 한국도 정부 수립 이후 4.19 혁명 이전까지는 전면적인 소선거구-단순다수제였다. 
 
소선거구-단순다수제는 정당의 지지율과 의석수 사이에 비례성이 보장되지 않는 제도다. 득표율 1위가 아닌 정당이 의석수 제1당이 될 수도 있다. 1951년 영국 총선에서 보수당의 득표율은 48.0%로 노동당(48.8%)보다 낮았지만, 보수당은 전체 의석의 51.4%를 가져갔다. 1974년 영국 총선에서는 노동당과 보수당이 각각 37.2%, 37.9%를 득표했으나, 의석 비중은 노동당이 47.4%, 보수당이 46.8%였다. 1983년 영국 총선에서 61.1%의 의석을 차지하며 수립된 보수당 정부는 탄광노조에 대한 강경 조치 등 강력한 정부의 모습을 보였지만, 그들의 선거 득표율은 42.4%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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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 언론에서 관심 없거나 왜곡하는 정치체제와 선거제도, 지방자치 문제가 주요 관심사입니다. 전)구미시의회 의원. <다당제와 선거제도>(전자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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