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 정리해고의 시대에 즈음하여 - 한 재미 기술업계 노동자의 소회

박준석
박준석 인증된 계정 ·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입니다.
2023/02/01
이 글은 다수를 대상으로 테크니컬한 것을 쉽게 풀어쓰기 위한 글은 아니라, 요즘 정리해고가 빈번한 테크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소회를 적기 위한 글이다. 쓰는 대상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으니 평소의 높임말 대신 그냥 독백처럼 적으려 한다. 실제로 독백이기도 하고.

최근 테크 판에서 정리해고가 엄청난 인기다. 인기라고 하니 약간 이상하긴 한데 회사 사장님들 사이에서 인기인 것 같아 하는 말이다. 나는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데, 한국에 소위 네카라쿠배가 있듯 미국에는 FAANG이라는 약자가 있다.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다섯 회사를 가리키는 말이다. 지난 10여 년간의 테크 업계의 엄청난 성공을 대표하는 회사들이라 할 수 있다. 어쩌면 네카라쿠배라는 말도 FAANG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는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 대단한 회사들 중 애플을 제외한 다른 네 개의 회사들은 최근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한 차례가 아닌 두 차례를 한 곳도 있다. 그 때마다 뉴스에 크게 났다. 한자릿수 퍼센트라고는 하지만 이들이 애초에 고용한 인원이 많았으니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회사를 떠났다. 이 회사들, 그리고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꽤 큰 회사들이 정리해고를 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링크드인 (LinkedIn)에 해고된 사람들의 아우성이 빗발쳤다. 페이스북 (메타) 이 정리해고를 하던 날 내 링크드인 타임라인은 온통 전직 페이스북 직원들의 포스팅으로 뒤덮였다. 잔인하게도 정리해고 날들에 회사 주가들은 오히려 올라갔다. 주주들은 잔인하다. 줄어든 인건비로 인해 주주들의 이익은 증대된다고 믿는 것일까. 아무튼 주가는 대개 그렇더라. 내가 본 바에 따르면.

이들의 잇따른 정리해고는 테크 업계의 잘나가던 한때의 일시정지를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러고 보니 문득 생각나는 지난 2020년 1월, 나는 FAANG만큼 큰 회사는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규모가 있는 회사에 갓 취업한 신참 데이터과학자였다. 나는 그로부터 겨우 두 달 지난 3월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했다. 다들 알다시피 ...
박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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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을 전공했지만 졸업 후에는 미국에서 데이터과학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가지고 가치 있는 활동을 하는 데 관심이 많습니다. [가짜뉴스의 심리학], [3일 만에 끝내는 코딩 통계], [데이터과학자의 일] 등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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