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출부, 이모님 그리고 가사근로자

홈은
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2/06/17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싶은 욕심은 있었지만 능력의 한계를 깨닫던 시점에 내가 하지 않을 집안일을 대신할 근로자를 찾기 시작했다. 요즘이야 널린 것이 청소업체지만 10년 전만 하더라도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집안일을 잘하는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받아 사람을 구했다. 소개의 소개를 거쳐 우리 집에 출근하기로 한 분은 50대 후반 여성이었다. 정식으로 소개업체를 통한 것이 아닌 친한 맞벌이 부부의 추천으로 만난 사람이라 고용자와 근로자임이 분명한 형태였지만 내가 대충 만든 약식 계약서와 그녀가 들고 온 통장사본 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글을 읽기 어려워했던 그는 독소조항이란 단어도 알지 못했고, 나 역시 이런 형태의 근로를 어디에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 할지 몰랐다. 그를 추천한 사람들이 말한 기준에 맞춰 계산을 해보니 1시간에 4,000원 정도의 인건비가 나와서 이건 좀 아니지 않나 싶어 최저임금 요율에 1,000원을 더해서 금액을 산정했다. 2,000원을 올려주지 못한 것은 나의 경제상황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림 1] 연도별 최저임금 결정현황. 최저임금위원회

기본 청소 외의 반찬 만들기나 아이 돌봄을 추가하는 경우에는 추가 수당을 주었고 경우에 따라 소아과를 함께 가기도 했지만 외출 수당을 받지는 않겠다고 했다. 대신 우리 집 냉장고를 사용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냉장고를 쓰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라고 수당까지 마다하나 싶었는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냉장고는커녕 밥 먹을 식탁 한 자리를 내주는 것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베란다에서 도시락을 먹은 적도 있다고 했다.

애기 엄마는 비닐봉지를 쓰지 않아서 구분도 쉬울 거라며 감사를 표한 뒤 자신이 먹을 반찬을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냉장고 가장자리에 두었다. 우리 집 반찬은 간이 심심해서 그러신가 보다 생각했는데 함께 생활한 지 몇 달이 지난 뒤에야 과거 반찬 도둑으로 몰렸던 경험이 있어서 함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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