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의 일상파괴술②|리좀: ‘~이다’와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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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젠다2.0 · 우리는 담론을 생산하고 모읍니다
2022/05/24
▲ 질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와, 그가 펠릭스 가타리와 공저한 《천 개의 고원》 © Bridgeman Images, © 새물결
리좀은 시작하지도 않고 끝나지도 않는다. 리좀은 언제나 중간에 있으며 사물들 사이에 있고 사이-존재이고 간주곡이다.
나무는 혈통 관계이지만 리좀은 결연 관계이며 오직 결연 관계일 뿐이다. 나무는 “~이다(etre)”라는 동사를 부여하지만 리좀은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라는 접속사를 조직으로 갖는다. 이 접속사 안에는 “~이다”라는 동사를 뒤흔들고 뿌리 뽑기에 충분한 힘이 있다.
어디로 가는가? 어디서 출발하는가? 어디를 향해 가려 하는가?
이런 물음은 정말 쓸데없는 물음이다.

-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천 개의 고원》, 서론: 리좀



지난 달 4월 22일은 ‘지구의 날’이었다. 1970년대 미국의 원유 유출 사고를 계기로 지구의 환경 오염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세계의 환경 운동가들이 제정한 지구 환경 보호의 날이다.
최근엔 스마트폰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챌린지 형태로 많은 이벤트가 열린다. 소등 행사라거나, 환경 단체에 대한 기부금 챌린지와 같은 것들 말이다. 난 사실 이런 이벤트와 떠들썩한 하루짜리 행사에 좀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이게 정말 도움이 될까?”라는 식이다.



***

나는 공간을 디자인하고, 인테리어 현장을 관리하는 일을 한다.
인테리어의 시작은 보통 철거이다. 이전에 공간을 사용하던 사람이 남겨 놓고 간 물건들, 몇 겹이고 덧붙여져 있는 천장, 벽채와 벽지, 때로는 바닥을 파기도 하고 필요에 따라 벽을 부수기도 한다.
그렇게 털어 낸 부분들은 모두 폐기물 처리장으로 보내야 할 쓰레기들이다. 분리수거는 거의 하지 않는다. 털어 낸 것들을 분리하여 배출하는 일은 현장에선 모두 인건비이기 때문이다.
▲ 폐기물이 잔뜩 쌓인 철거 현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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