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널린 북한영화, 눌러볼 ‘용기’ 있습니까? [국가보안법 '마지막' 인터뷰 5화]
2023/06/15
나는 졸업생을 대표해 단상에 올랐다. 눈부신 조명 때문에 자연스레 눈살이 찌푸려졌다. 천천히 눈을 깜빡이니 무대 아래 가족 단위로 모여앉은 사람들이 보였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조심스레 입을 뗐다.
“저는 남들이 잘 가지 않는 오지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순간 장내가 조용해졌다. 조명보다 따가운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냈다. 곧이어 조금씩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 순간 얼굴도 모르는 부모라는 그리운 이름이 떠올랐다. 갓난쟁이를 매정하게 내다버린 사람들. 그들이 그린 내 미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벽외지 근무’를 자원한 대학생 예비교사 이야기. 그녀가 외딴곳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겠다고 말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보육원에서 유년시절을 보낸 그녀는 국가의 지원 덕분에 선생님이 될 수 있었다. 자신을 외면하지 않은 국가에 대한 보답으로 국가에 환원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인간극장’류의 훈훈한 미담으로 소개될 법한 이 이야기는 영상으로 제작됐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이 영상물을 가지고 있다면, 집으로 언제 경찰이 들이닥칠지 모른다. 이는 북한에서 제작된 다큐멘터리이기 때문이다.
설마 다큐멘터리 영상물을 가지고 있었다고 압수수색을 당하고 기소되기까지 할까? 하지만 그런 일은 실제로 일어났다. 진실탐사그룹 셜록은 지난 2일 그 이야기의 주인공인 유영호(60) 왈가왈북 대표를 만났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사회에 나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그는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목격하게 된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만나 화해와 평화를 약속한 ‘일대 사건’. 당시 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그랬던 것처럼 유영호도 통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후 그는 통일학을 전공하기 위해 대학원에 들어간다.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이 어떤 나라인지 제대로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