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 “한국은 기후 바보, 인간이 동물에게 배워야 할 것은“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사진 제공 : 열림원)

1999년 『개미제국의 발견』 출간 후 100여 권의 책을 집필, 번역, 기획한 사회생물학자 최재천이 신작 에세이 『최재천의 곤충사회』를 펴냈다. 이 책은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최재천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자연생태계를 비롯한 기후 변화, 곤충 사회 등을 주제로 한 강연 내용을 엮은 에세이집이다. 지난 2월 1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최재천 교수를 만났다. 
 
『최재천의 곤충사회』, 어떻게 나온 책인가?
 
근 30여년간 신문, 잡지 등에 칼럼을 써왔다. 매주 하나씩 썼으니 글이 꽤 많이 모였다. 오피니언으로 썼던 글을 포함해 에세이로 많이 엮었는데, 또 그런 책을 낼까 하다가 너무 똑같은 방식을 반복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글 쓰는 일 못지않게 강연도 많이 했기 때문에 내가 했던 강연 중 의미 있는 내용을 모아보면 좋을 것 같아서 이번 책이 나왔다. 책을 생각하고 원고를 쓸 때는 조심스럽게 썼는데 강연에 했던 이야기를 녹취로 풀어 보니까 위험한 발언도 꽤 했더라. (웃음) 이런 이야기를 책으로 내도 될까 싶었지만, 다 뺄 수는 없으니까 웬만한 이야기는 수록했다. 지금까지 썼던 책보다 톡톡 튀는 맛이 있다. 
 
‘의생학’ 이야기가 흥미롭다.
 
‘생체 모방’이라는 말을 가끔 듣지 않나? 연꽃잎 위에 물방울이 번지지 않고 말리는 걸 이용해서 물체의 표면을 만든다든지 자연에서 모방하는 일을 조금씩 하고 있는데, 그것을 좀 더 체계적으로 진화적인 관점에서 합리적으로 해보면 어떨까 해서 의생학을 구상했다. ‘의’가 헤아릴 의(擬)’ 다. 의성어, 의태어라고 쓸 때, 다른 말로 말하면 흉내 낸다는 의미인데 자연을 흉내 내는 학문, 자연을 모방하는 학문이다. 
 
자연을 모방한다?
 
가방에 찍찍이(Velcro)가 많이 붙어 있는데, 이건 우리가 발명한 게 아니라 도꼬마리 같은 식물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다가 모방해 제품화 시킨 거다. 인간이 식물을 보고 베낀 거다. 표절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우리끼리 표절하면 큰일 나지만 자연을 표절하는 건 합법이다. 즉 자연을 열심히 표절하자, 자연으로부터 인간이 힌트를 많이 얻어 보자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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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은 하버드대에서 에드워드 윌슨 교수의 지도로 진화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고 하버드대 전임강사와 미시건대 조교수,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를 거쳐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로 일하고 있다. 150여편의 논문과 6권의 영문 저서를 출간한 것 외에도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다윈지능’ ‘통섭’ 등 70여권의 책을 집필 또는 번역했다. 초대 국립생태원 원장, 동물행동학 백과사전(Encyclopedia of Animal Behavior) 총괄 편집장, 국제생물다양성협약(CBD) 의장,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역임했고, 현재 생명다양성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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