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일기> : 우크라이나의 눈물 by 올가 크레벤니크

신승아
신승아 · 삐딱하고 멜랑콜리한 지구별 시민
2023/09/01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침공했다. 평온했던 도시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쉼 없이 공습경보가 울려댔고, 공원과 아파트에 미사일 폭격이 가해졌으며, 군인들이 거리에서 총격전을 벌였다. 20세기의 교훈을 망각한 최악의 전쟁 범죄가 발발한 것이다. 전 세계가 푸틴의 야욕에 분노하고 있음에도, 러시아 정부의 반응은 놀랍도록 뻔뻔스럽다. 그들은 '우크라이나를 나치즘으로부터 해방시키고 정화하기 위해 침공'했다고 발표했으며, 한사코 '전쟁'임을 부정했다.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민간인 거주 지역은 습격하지 않았다고 발뺌했으나 주택 단지에 폭탄을 투하했고, 피난민이 이용하는 철도와 국제공항을 폭파시켰다. 심지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집단 학살하고 여성들의 머리채를 끌고 가 강간을 저질렀다는 증거가 속출하는데도 러시아 당국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전쟁이 수많은 소시민들의 꿈과 사랑, 미래에 대한 계획을 앗아가고, 지옥의 불구덩이로 밀어 넣었다. 그렇지만 하루하루 비보가 날아드는 와중에도 제자리에 서서 인류애를 불사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뇌리에 짙게 새겨져 오랜 시간 나를 붙든 일화는 세 가지이다. 첫 번째는 방공호에서 겨울 왕국 주제가 'Let it Go'를 부른 우크라이나의 7살 소녀 '아멜리아'다. 칠흑 같은 대피소에서 어른들은 공포에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 그때 어린 소녀가 의자에 올라가 노래를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시선은 일제히 소녀를 향했고, 노래가 끝나자 모두 한 마음 한뜻으로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현대식 살상 무기가 아름다운 도시를 절단 내고 있을 때, 아멜리아는 두려움에 가득 찬 어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주었다. 

두 번째는 러시아군에게 점령당한 헤르손 시민들을 위해 2주 동안 하루에 20시간씩 빵을 구워 배달한 28살 청년 '파블로 세르베트니크'다. 그는 총 없이 러시아군에 맞설 방법을 고민하다가 직접 빵을 구워 나르기로 결심했다. 파블로는 매일 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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