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시티에서 내가 우울했던 이유

말랑파워
말랑파워 · 나는야 용소야 나만의 길을 가련다
2023/08/20
슬로시티에서 내가 우울했던 이유

여행자의 몸은 해방감을 연기할 순 있어도 이 체제로부터 한 발짝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짓궂더라도 한마디 덧붙이면, 행복은 연기력입니다. 다시 증도로 돌아와 이야기를 이어가 봅시다. 모실길의 도보여행 코스를 걷는 사람들이야 팍팍한 일상을 잊고 ‘힐링’이니 ‘웰빙’ 운운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잠시의 여유에 불과합니다. 

다음번에도 이런 곳에 여행 올 수 있으려면 돈벌이의 일상을 되풀이해야 합니다. 돈은 그들이 얼마나 멀리 떠나 있건 노동의 장소로 소환하는 힘이며, 가계부채 1,800조 시대를 사는 부채인간들에게 돈의 흐름 바깥에 있는 관광지란 닿을 수 없는 신기루나 마찬가지입니다. 증도든 서울이든 자본이 허락한 속도와 리듬에 구속되어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우전 해변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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