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질문: 나는 왜 희귀병에 걸렸나? [눈 위에 발자국]
2023/02/19
2. 아프고 평범하고 행복하게
많은 사람이 떼어놓고 싶은 지병 하나쯤 지니고 살 것이다. 나 역시 그렇다. 그리고 내 병들은 친구들의 것보다 많고, 무겁고, 드물다. 나는 베체트 증후군을 진단받았다. 이 병은 피부를 포함한 온몸의 장기와 점막에 궤양을 유발한다. 염증이 심해져 구멍이 날 정도로 점막이 헐면, 그것을 궤양이라 부른다. 입, 식도, 위장, 대장, 피부, 성기 등에 돌아가며 그러한 궤양이 생기고 관절염 역시 늘 따라다니는 질병이다. 눈에는 포도막염이 흔히 생기는데, 방치하면 실명에 이른다. 전신에 피로감이 들고 온갖 피부 문제가 생기고 살점이 떨어져 피가 흐른다. 한편 내가 앓는 또 다른 질병인 혈소판 기능저하증은 혈소판이 기능하지 못해 출혈이 멎지 않는 병이다. 생리 기간마다 과다출혈을 하고, 자주 각혈을 하고 코와 잇몸에서 피가 난다. 스케일링 같은 간단한 시술도 쉽지 않고, 사고가 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매달 과다출혈을 하니 밑이 짓무르고 빈혈이 심해져 입원 치료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누가 쥐어짜고 망치로 때리는 것처럼 아프고, 관절과 근육들이 뻣뻣해지며 저리고 뻐근한지도 오래되었다. 병원에 갔더니 섬유 근막통증증후군이라는 병을 진단받았다. 자주 재발하는 염증들이나 축농증, 아토피 같은 질병은 상술한 병들에 묻혀 이것이 병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