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구한 유튜버’를 보며 생각했던, 조금 다른 방향의 비관론
2022/01/02
주요 대권주자들이 경제전문, 게임산업 전문 유튜브 채널에 출연합니다. 주요 정책을 묻고 충분히 대답할 시간을 줍니다. 평소 재미있게 즐기던 진행자들의 톤에 맞춰서 문답이 진행되니 지루하게 느껴지지도 않죠. 결과는 대성공. 대선주자들은 각자 하고 싶은 말을 다 할수 있어서 만족스러웠고, 유튜버들은 화제성과 조회수를 챙겼으며 유권자들은 ‘재미있는 정책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오죽하면 ‘유튜버가 나라를 구했다’는 말까지 나왔을까요.
결국 그 대성공의 화살은 ‘레거시 미디어’에게로 돌아갑니다. 왜 이런 양질의 정보와 대담을 들려줘야 할, 공공성을 가진 대형 언론사에서는 이런걸 못 보고 유튜브 채널에서만 볼 수 있느냐는 말이죠. 사실 이런 질문에는 ‘숨겨진 정답’이 있습니다. 숨겨진 정답이란 ‘레거시 미디어의 역량이 떨어진다’라는 문장이죠. 사실상 설의법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역량’이라는 건 ‘전문성’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과연 레거시 미디어에서는 그런 전문성 있는 콘텐츠를 볼 수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각 분야별 부서에서는 대선에 맞춰 각 후보들의 정책을 열심히 뜯어보고 있고, 그 결과물을 꾸준히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주목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뉴스 소비를 하는 창구는 결국 ‘포털 사이트’입니다. 그런데 포털은 공리주의적인 편집을 지향합니다. 다수의 최대 만족을 지향한다는 뜻인데, 어쩌면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포털은 언론사/콘텐츠 제작자로부터 돈을 주고 콘텐츠를 구입합니다. 구입한 이상, 그걸 어떻게 배치하는지는 포털의 자유이며 사기업인 포털의 이윤 추구(PV로 환산되는 광고 단가)에 충실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사기업의 이윤 위주로 구성되는 콘텐츠 편집의 특성상 기획물과 같은 ‘길고 재미없는’ 콘텐츠는 주목받기 어렵습니다. 즉각적이고 명암과 선악이 분명한 콘텐츠, 그래서 참여자가 많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포털 체류 시간이 길어지는 역동적인 콘텐츠를 더 필요로 하죠. 즉, 아무리 기획물을 만들어도 접할 환경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