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영역 데이터 과학자의 눈으로 본 국가행정망 전산 마비 사태

김재연
김재연 인증된 계정 · 데이터 과학자, 사회과학자
2023/11/27
필자는 미국의 공공 영역에서 일하는 데이터 과학자다. 코드 포 아메리카(Code for America)란 시빅 테크 단체의 데이터 과학자로 미국의 뉴욕, 콜로라도, 뉴멕시코 주 정부와 협력해 이들 주 정부가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의 디지털 전달 체계를 개선하는 일을 한다. 좀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 필자가 하는 일은 시민이 제공하고 정부가 수집한 데이터를 통해서 미국 사람들이 미국 정부가 주는 복지 혜택을 웹사이트, 모바일 앱 등을 통해 쉽게, 편하게,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2023년 11월 17일, 한국의 국가행정망에 연속적으로 전산 장애가 발생했다.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세올' 행정 시스템뿐 아니라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마저 마비됐다. 이 문제는 사흘 후인 19일에 복귀됐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주민등록시스템, 조달시스템, 전자증명서 발급 시스템도 일시적으로 마비됐다. 전산장애로 민원서류 발급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모두 중단됐다. 초유의 민원 대란이 발생했다. 

행안부의 설명은 업체 탓이다. 외부의 민간 업체가 관리하는 네트워크 장비가 오류를 일으켰다. 이 장비에 의존하는 본인 확인 절차에 문제가 발생했다. 그로 인해 행안부와 경찰청의 본인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이용하지 못하는 한국의 행정 서비스가 모두 마비됐다. 업체가 실시한 업데이트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것을 감독하는 관련 부처에는 책임이 없을까. 결국 국가 전산망은 누구의 전산망일까. 

국가 전산망 마비는 미국도 있었다

내 책 <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 (세종서적 2023)>에서 다뤘지만, 이런 국가 행정망 마비 사태는 미국에서도 일어난다. 전산망을 포함한 국가 인프라가 노후하고, 이를 보수하고 개선하기 위한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것은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일명 '오바마케어'라 불리는 오바마 행정부의 의료보험 개혁안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가 자신의 정치 인생을 건 정책이다. 이 법안의 정식 명칙은 엄청 길다. 환자보호 및 부담...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미국의 대표적 시빅 테크 단체인 코드 포 아메리카(Code for America)의 데이터 과학자이자 존스홉킨스대 SNF 아고라 연구소의 연구위원입니다. <우리에게는 다른 데이터가 필요하다 (세종서적 2023)>란 책을 썼습니다.
10
팔로워 69
팔로잉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