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기로 선택한 도시가 사라지는 과정의 기록

서동민
서동민 · 공주 원도심 가가책방 책방지기입니다.
2024/02/19
  2019년 1월, 공주로 이사했다.
 아직은 완전한 지역살이 주민이 아닌 서울과 공주를 오가는 경계인으로서 살기 시작한 때다.
 서울과 대도시에서의 일과 삶에 완전히 타버린 느낌이던 시기였으므로 그때의 선택은 패배자의 도피에 가까운 갑작스러운 것이었다. 지인이 한옥 게스트하우스를 열면서 초대받아 찾아간 공주는 서울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작고, 느리고, 낮았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최근 게스트하우스를 연 한 사람뿐인 도시. 그럼에도 이 낯선 도시가 몹시 편안해서 넉넉한 위안을 얻어 가는 주말을 보냈다.
제민천변 풍경_글쓴이 사진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서울에서 평생 아등바등 살까 싶은 마음과 당시 유행하던 '욜로 라이프' 분위기에 취해 무작정 퇴사하고 반 년에 조금 모자라는 시간을 보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하고 싶은 게 자꾸 생겼다. 오래 미뤄뒀던 반쯤은 꿈속의 꿈이던 책방도 그 시기에 구상하고 만들었다.

낯선 나의 도시, 공주는 고향보다 편안했다.

만으로 5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공주가 변했다. 내 마음을 잡았던 모습이, 이야기가 하루하루 사라져 간다. 저마다 다른 이유로 사라지는데 내게는, 우리에게는 그 변화를 멈추거나 최소화할 수 있는 힘도 명분도 없다. 다만 지켜보고 기록하는 일, 이 자리에 누가 살았고, 무엇이 있었으며, 어떤 이야기가 있었다고 입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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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로컬에서의 삶, 소도시에서 작은 책방하기, 책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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