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정찰국(NRO)과 로만 망원경

박용섭
박용섭 인증된 계정 · 평범한 물리학자의 TMI
2023/07/10
우주 과학이나 천문학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은 허블 우주 망원경(HST)을 모를 수가 없다. 지구에 있는 망원경으로는 대기 불안정 등으로 인해서 도저히 다다를 수 없는 분해능을 보여주는 HST는 1990년에 궤도에 오른 이후 수많은 새로운 천문학적 발견을 통해서 우주에 대한 인류의 지식을 증진하는데 기여해 왔다. 그동안 HST 관측 데이타를 사용하여 작성 발표된 논문이 수만편에 달한다고 한다.

하지만  HST가 처음부터 이렇게 잘 나갔던 것은 아니다. 1990년에 HST가 최초로 궤도에 올려지고 첫 영상을 받아본 과학자들은 뭔가 엄청나게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진의 해상도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나빴기 때문이다. 거의 5조원 가까이 들여서 우주 망원경을 궤도에 올렸더니 형편없는 이미지가 찍힌 것이었다. 조사를 해 보니 HST의 주경(primary mirror)를 제작한 퍼킨-엘머 사의 거울 연마 장치의 교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주경의 표면이 머리카락 두께의 1/50 정도 잘못 연마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마 어마한 돈이 들어간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에 처한 나사가 생각해낸 방법이 부경(secondary mirror)을 교체해서 주경의 오차를 보정하는 광학시스템을 추가하는 것이었다. 결국 1993년에 당시에 우주로 날던 스페이스 셔틀에 공중전화 박스 크기의 보정 광학계를 싣고 HST 근처에서 우주 비행사가 스페이스 워크를 하며 수리를 완료했고, 그 이후는 원래의 성능을 유지하고 있다. HST 이전까지는 별이 없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밤하늘(deep field)에 HST를 겨냥해서 관측을 해 보니 실은 수없이 많은 은하들이 관찰되는 등, 그 활약은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멈출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허블 딥 필드 이미지 https://hubblesite.org/files/live/sites/hubble/files/home/resource-gallery/articles/_images/ST...
박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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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 고체/응용 물리 실험 전공. 세상의 모든 지식을 알고싶어 함. 물리학/반도체/컴퓨터/디스플레이/양자기술/인공지능 최신동향과 바이오 기술에 관심이 많음. 공저 <물질의 재발견> (2023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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