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살인, 동경. 아일린
2024/09/24
너도 분명 찬란한 꿈이 있겠지. 다른 세상을 꿈꾸겠지.
자살 또는 살인. 레베카(앤 해서웨이)를 만나기 전 아일린(토마신 맥켄지)의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그리고 레베카를 만난 이후 아일린의 삶엔 하나가 더 추가된다. 동경. 아일린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엄마는 죽고 퇴역 경찰 아빠는 알콜중독자, 아무 곳에서나 실탄 든 권총을 꺼내는 미치광이, 딸에게 성추행을 일삼는 당장 죽여도 여한이 없는 짐승 새끼였다. 그런 인간과 담배를 같이 피우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눠야 하는 게 아일린의 삶이었다. 아빠를 죽이고 자신까지 죽이는 게 아일린의 잠재적 시나리오였다. 아빠의 총을 법적 관리를 위해 건네받을 때 아일린은 상상했다. 총구가 자신의 턱으로 향해고 격발과 동시에 자신의 머리통이 폭발하는 상상. 단 것을 입 안에 욱여넣거나 엄마옷을 입고 자신을 바라보는 게 결핍을 채우는 초라한 방식이었다. 감옥 행정이라는 지루한 임시 업무, 떠나고 싶어 돈을 모으고...
Copywriter. Author.
『저항 금기 해방-여성영화에 대하여』, 『너의 시체라도 발견했으면 좋겠어』, 『도로시 사전』, 『광고회사를 떠나며』, 『저녁이 없는 삶』 등을 썼다.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sk0279@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