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아픔들 - 정미경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나영 · 강 스테파니 나영
2024/02/05
정미경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이상한 나라의 아픔들 - 정미경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


<이상한 슬픔의 원더랜드>는 지금은 고인이 된 故 정미경(1960년~2017년) 작가의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사랑, 욕망, 탐욕과 집착, 연민, 자기애, 허무, 후회를 다루고 있다. 그들의 사랑은 죄다 서로 어긋나있고, 욕망에 가려져있다. 더 많은 것을 얻고, 더 높은 곳에 오르려는 그들의 욕망은 결국 파국을 향해 달려가는 듯 보인다. 하지만 소설의 결론은 좀 의외였다. 뉘우침의 기회를 잡으려는 자에게는 죽음을, 한결같이 비겁한 자에게는 승리를 안겨주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이것은 분명 소설이 지향하는 바가 권선징악의 교훈에 있지 않고 현실의 반영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삶이 그러하듯 소설 속의 역사도 현재진행형으로 둔 것이다.
 
소설의 시작은 질주이다. 설국열차가 브레이크 없이 무한 궤도를 질주하듯 중호는 자신의 애마, 부의 상징인 재규어를 몰고 한 밤중의 속도감을 즐기고 있다. 속도계가 180을 넘어간다. 아! 그 순간 누군가 따라붙었고 살해 위협을 느낀다. 이 남자 중호는 “리니엔쿠라는 사람이 말했어요. 나는 불의는 참아도 불이익은 못 참는다. 정말 심금을 울리는 말이쟎아요?”(p.183)라고 말하는 그야말로 돈의 화신인 인물이다. 당연히 피도 눈물도 없으며, 합법과 불법을 오가며 각종 편법을 동원하여 부자들의 재산을 관리해주는 개인 부티크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대단한 실력자이긴 하다. 주위에서는 그를 동물적인 육감을 지녔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철저한 분석에 의해 나온 계산의 결과물들이다.
 
사람이라면 당연히 살아온 세월만큼 가치관에도 변화가 생겨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들은 당췌 변하지 않고,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다만, 중호는 삶의 가치를 다시 정의할 수 있는 기회, 그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이 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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