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사람’과 ‘돈 뜯는 사람’

정숭호
정숭호 인증된 계정 · 젊어서는 기자, 지금은 퇴직 기자
2024/03/07
 
이번 총선 출마자 중 제일 관심이 가는 사람은 함운경입니다. 국민의힘에서 서울 마포을에 전략공천한 사람이지요. 39년 전인 1985년, 대학생이던 그는 서울 을지로 입구의 미국문화원을 점거, 농성한 일로 이름이 났습니다. 이 사건은 2년 뒤 ‘87년 민주화운동’의 기폭제로 꼽히기도 합니다. 그의 이 이력 앞에서는 나름 운동 좀 했노라 하는 왕년의 386 운동권 거물들도 기가 좀 죽을 겁니다. 

나는 함운경이 운동가여서가 아니라 사업하는 사람, 자영업자여서 그의 이번 도전을 지켜봅니다. 그의 운동권 이력을 무시하는 건 아닙니다. 운동 경력보다는 장사 경력을 앞세우는 그의 모습에 더 끌립니다. 

마포을에 공천된 후 구독자가 제법 되는 정치 유튜브에 나온 그는 진행자의 부탁에 “군산에서 생선을 파는 생선 장수 함운경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했습니다. 정치인들이 흔히 연출하는 ‘서민 코스프레’ 같다고 생각하는데, 이어진 그의 말에 이런 생각은 사라지고 속에서 울컥한 게 올라왔습니다. “생선 장사, 이거요, 아구 한 마리 잡아 손질해 팔면 3,000원 남아요. 그렇게 팔아서 직원 두 명 인건비 만들어 내려면 정말 어렵습니다.” 

“두 명 인건비 만들어 내려면 정말 어렵다”라는 그의 말에 울컥했던 것은 20여 년 전 ‘사장님’ 때 기억 때문입니다. 첫 직장이던 신문사를 그만두고 나와서는 회사를 하나 차렸습니다. 기업 사보를 대신 만들어주는 업체였지요. 경제부 기자일 때 나를 잘 봐준 기업이나 학교 선배가 전문경영인으로 있는 대기업에서 일거리를 따내면 그럭저럭 꾸려나가지 않겠냐는 요량이었습니다. 실제로 그때 잘 나가던 중견 업체 오너가 일감을 하나 줬고 그게 바탕이 돼 다른 곳에서도 일을 따냈지요. 신나서 직원도 두 자릿수로 늘렸습니다. 

하지만 2년 만에 털어먹고 사무실을 접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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