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물을 사먹기 시작한 이유 -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1991)

강부원
강부원 인증된 계정 · 잡식성 인문학자
2023/03/15
폐기해야 할 페놀을 드럼통에 담아 보관하던 두산전자 구미공장의 모습. 출처-경향신문
 
“수돗물 냄새가 이상해요”
   
이상한 일이었다. 1991년 봄 수돗물에서 역한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대구와 경북 지역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해 보이는 물에서 악취가 난다고 하니,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예민한 것 아니냐는 타박을 듣기도 했다. 당시에는 수돗물에서 냄새가 좀 나도 그러려니 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것이 3월 17일 일요일 아침부터 대구시 상수도사업본부 전화통에 불이 났다. 드디어 많은 사람들이 수돗물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챈 것이다. 
   
그날 점심 무렵부터 ‘페놀’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뉴스 보도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시민들의 수많은 항의 민원 전화를 받은 뒤에서야 대구 경북 지역 수돗물 성분 조사가 시작됐다. 긴급 조사 결과 수돗물에서 음용수에 절대 포함돼 있어서는 안 되는 페놀이 검출 됐다. 당시에는 페놀이 무엇에 쓰는 화학약품인지, 얼마나 사람 몸에 안 좋은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페놀이라는 말을 들어본 게 처음인 사람이 더 많았다. 하지만 무언가 치명적인 화학약품이 수돗물에 섞여있다는 소식은 사람들에게 본능적인 공포감을 불러일으켰다.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을 고발한 텔레비전 시사프로그램 방송화면. 출처-MBC
 
염소만 쏟아 붓다 사고 키워
   
얼마 지나지 않아 텔레비전 뉴스와 신문에 페놀이 무엇인지, 우리 몸에 얼마나 해롭고 위험한지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대구와 경북 지역에 수돗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낙동강 상류 취수원이 공장에서 유출된 페놀에 의해 심각하게 오염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돗물에서 나는 악취와 이상한 맛을 보고 막연한 불안감을 가졌던 것이 살고 죽는 현실의 문제가 됐다.
   
늘 마시고, 씻고, 사용...
강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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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신문과 오래된 잡지 읽기를 즐기며, 책과 영상을 가리지 않는 잡식성 인문학자입니다.학교와 광장을 구분하지 않고 학생들과 시민들을 만나오고 있습니다. 머리와 몸이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로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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