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 점령당한 동남아시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인증된 계정 · 다른 시각을 권하는 불편한 매거진
2023/05/09
  • 오드 비달 | 인류학자


환경운동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쓰레기 수출

이른 아침, 인도네시아 자와티무르의 작은 마을 칼리아냐르 주택가 앞에서 엄청난 양의 낙엽과 플라스틱 용기들이 소각되고 있었다. 이 마을 주민인 슬라믓 리야디는 독학으로 영어를 배운 뒤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는 소각이 모든 걸 없앨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안다. “주민들은 당장 보이는 게 다 타서 사라진 줄 안다. 하지만 플라스틱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는 쓰레기를 분리해 재활용 가능한 물품은 판매하며, 퇴비로 쓸 수 있는 물질을 활용하는 단체를 설립하고자 한다. 다이옥신이 가득한 연기를 걱정하는 것은 슬라믓뿐이다. 일상에서 넘쳐나는 플라스틱을 인도네시아 시골에서는 수거하지 않는다. 옆 마을 타마난 시장의 2개 가판대에서는 상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일회용 포장재, 봉투, 합성수지 폴리스타이렌 박스 등을 판다. 일회용품은 편리해서 상당량 사용된다. 특히 빈곤가구는 일회용품 판매로 하루하루 살아간다. 쓰고 버려진 일회용품들은 소각되지 않으면 도로 가장자리나 하천에 쌓이기 시작한다.
자와티무르에서 가장 긴 브란타스강에는 온갖 폐기물이 떠다닌다. 생물학자들로 구성된 지역 환경단체 에코톤(Ecoton)은 강의 쓰레기 문제를 조사하고, 문제 해결을 위해 투쟁한다. 자와티무르주의 주도이자 인도네시아 제2의 도시인 수라바야(Surabaya)에서 멀지 않은 도시 그레시크(Gresik) 시청에서는, 2011년 골드만 환경상(1) 수상자인 프리기 아리산디가 이끄는 에코톤의 생물학자 팀이 번식과 관련된 심각한 유전적 변이를 겪는 물고기들의 건강과 수질을 점검한다. 에코톤은 대중에게 다양한 환경오염에 대해 경고하고, 농촌이지만 산업화된 이 지역 당국 및 기업가들과 손잡고 해결책을 찾고 있다.
2016년, 에코톤은 시민들에게 기업들의 폐수 방류 문제를 알리고, 강에 오염된 폐수를 버리는 기업들에 생산공정을 바꿀 것을 요구했다. 세계 각지에서 수입한 폐지를 재활용하는 한 공장은 작업 방식을 개선했고, 에코톤을 지원하는 미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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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르몽드의 대표적인 자매지로 약칭은 "르 디플로"입니다. 국제뉴스를 다루는 월간지로 30개 언어로 51개 국제판이 발행되고 있다. 조르조 아감벤, 아니 에르노,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피에르 부르디외 등 세계적 석학들이 즐겨 기고했으며, 국내에서는 한국어판이 2008년10월부터 발행되어 우리 사회에 비판적인 지적 담론의 장으로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노엄 촘스키는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일컬어 "세계를 보는 창"이라고 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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