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으로 먹는 식사

박희빈 · 세상만사에 관심많은 서른입니다.
2023/01/09
현재 운영 중인 식당은 700세대 아파트 상권에 위치한다. 따라서 평일 점심 손님의 대부분은 젊은 주부와 아기 손님이다. 보통 먼저 아이들이 개선장군처럼 뛰어 들어오고, 아이 엄마는 양손 가득 봇짐 가득 쥔 보부상이 된 채 따라 들어온다. 아이 엄마가 QR코드를 찍는 동안, 아이에게 내 매장은 더할 나위 없이 뛰기 좋은 트랙이 된다. 결국 봇짐을 다 내려놓은 엄마의 불호령이 떨어져야 그 호기심은 일단락된다. 이제 아이 엄마의 첫 번째 임무가 끝이 났다. 하지만 바로 다음 임무가 주어지는데, 아이의 호기심이 다시 샘솟기 전에 메뉴를 골라야만 한다는 것이다. 열 띈 토론 후 맵지 않은 메뉴로 주문을 끝내고서야 다음 임무로 넘어간다.




 그녀의 마지막 임무는 탈 없이 식사를 마치는 일이다. 우선 200매짜리 물티슈를 꺼내고, 젤리와 스마트폰을 꺼내고 나서야 비로소 전쟁 준비를 마친다. 이제 본격적으로 아이와 엄마의 입씨름이 시작되는데, 늘 화두는 스마트폰이다. 대화를 하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이는 목청껏 떼쓰기 시작한다. 가끔 직원과 이것을 가지고 내기를 하는데 대부분 아이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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