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들에게

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2/11/02
  권력자들을 향해 편지를 쓴 적은 있지만, 잘 모르는 다수의 누군가를 생각하며 편지를 쓰는 건 처음인 것 같습니다. 청춘이라고 뭉뚱그렸지만 이 땅의 이십 대를 향해 글을 씁니다. 저는 섬에 처박혀 살지만 마음에 쌓아 둔 부채감을 덜고자 세상을 향해 오감을 열고 살아가며 글을 쓰는 평범한 사십 대입니다. 

  저는 마흔을 넘기면서 더는 부정할 수 없는 어른이 되었다고 느꼈습니다. 만 스무 살에 성년식을 하지만, 그 나이가 됐다고 자신이 진짜 어른이라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죠. 계절의 변화가 그러하듯 어른이 되는 것도 어느 날 갑자기가 아니라 서서히 되어가는 것이더군요. 부끄럽게도 사십 대가 되어서야 저는 제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에 대한 책임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은 책임을 다 하지 못한 한 어른이 미안함에 끼적이는 글입니다. 

  이십 대는 사회가 인정한 어른이긴 하나 어느 것 하나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는 불분명한 고난의 시기입니다. 저는 한때 저의 이십 대를 돌아보는 것조차 거부했습니다. 그 시절의 제가 너무 나약하고 줏대가 없어서 보기 싫었던 것이죠. 중년의 나이가 되고서야 다시 저의 이십 대를 똑바로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불현듯 알게 됐습니다. 어떤 비루한 모습이더라도 그 자체로 반짝이는 게 청춘이었다는 것을요. 

  저야 시간이 좀 흘러 아무리 비루했어도 푸른 청춘이었다 포장할 수 있지만, 지금 청춘인 사람들이 자신의 현재를 낭만으로 받아들이기는 힘들죠. 어른들의 말처럼 대학만 가면 세상이 열릴 것 같았지만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정작 발 디딜 수 있는 세상은 더 좁아지고, 꿈을 펼치려 하면 꿈을 갖는 것 자체가 사치가 되는 진짜 세상을 맞닥뜨리게 되니까요. 그런 세상과 지금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조차 버거울 텐데, 어른들이 얼토당토않게 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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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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