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도 차별받는다
2022/12/07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와 관련한 자료 요청을 받을 때면 '업무일지 사진'이 꼭 들어갔다. 책에도 업무일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하고, 현장 노동이라는 경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로 여겨졌던 것 같다. 그런데 아쉽게도 나에게는 4년 가까이 모으고 직접 썼던 공책과 파일이 지금은 남아있지 않았다. 컴퓨터로 옮겨 둔 엑셀파일을 남아 있지만 사람들이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었다. 말끔한 차트가 아니라 기름때도 좀 묻어있고, 손으로 꾹꾹 눌러쓴 티가 나는 그런 이미지를 원했다. 그러면 용량이 다 차 업데이트가 되지 않는 드라이브를 뒤져서 겨우 회사 다닐 적에 찍어둔 업무일지 사진을 찾아 전송하고는 했다.
책을 쓴지는 2년이 지났고, 공장을 그만둔지도 어느새 4년이 다 되어갔다. 조금만 더 지나면 공장을 떠난 시간이 공장에서 보낸 시간을 앞지르게 되는 셈이었다. 그 사이 나는 7번의 이사를 했다. 넓은 곳에서...
책을 쓴지는 2년이 지났고, 공장을 그만둔지도 어느새 4년이 다 되어갔다. 조금만 더 지나면 공장을 떠난 시간이 공장에서 보낸 시간을 앞지르게 되는 셈이었다. 그 사이 나는 7번의 이사를 했다. 넓은 곳에서...
직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지역 중소기업에서 현장실습생, 산업기능요원이란 이름으로 일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후 모든 삶은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믿음으로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를 썼습니다. 현재는 출판 편집자로 일하고 있으며, 《세상의 모든 청년》의 책임편집 및 공저자로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