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은 정말로 '토착 왜구'일까?

하헌기
2023/03/20
경상도는 사람들에게 꽤 알려진 의병장들의 고향이다. 꼬장꼬장한 유림들이 살았던 땅이기도 하다. 애초에 김원봉이 밀양 출신이니 그렇긴 하겠다만, 의열단의 창단 멤버 중에서도 과반이 경상도 출신이다. 대구는 일제강점기 때 사회주의 성향의 노동운동가들이 많아 '동양의 모스크바'라 불리기도 했다. 

그런 지역이 고향 출신 군인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다음에는 군부독재 세력의 개발독재에 적극 찬성하는 것을 애국으로 믿는 곳이 됐다. 그들 입장에서 보자면 그 역시 '굴종'이나 '친일'은 아니었다. 그저 '다른 모양의 애국'을 위한 일이었을 것이다. 적어도 '토착(대대로 그 땅에서 살아온)'+'왜구'라는 멸칭으로 간편하게 갈무리할 수 있는 지역은 아니란 뜻이다. 


영화 한산 공식 포스터

임진왜란을 돌이켜보면, 당시 영남 지역에서 거병한 의병장들은 왜군의 호남 진격을 막기 위해 분투했다. 그런 모습이 영화 '한산'에 잘 나온다. 특히 진주성 전투에선 성내 관민, 지역의 의병까지 합심하고 공조하여 수만의 왜군에게 맞섰다. 1차 전투에선 수성에 성공했고, 2차 전투에선 성이 무너져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다. 물론 왜군의 손실도 너무 커서 호남으로의 진격을 포기해야 했다. 외세 침략의 위협 앞에 지역갈등, 동서갈등 따윈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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