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 지속 가능한가? ① - 서사의 기반이자 소통의 장으로서

이종찬
이종찬 인증된 계정 · 청년 노동 활동가
2024/02/18
<캐스트 어웨이> 놀랜드와 윌슨 더 발리볼.

​사람의 모든 경험은 서사로서 이야기되기 위해 만들어지거나 수행된다.

오늘 새벽에 치러진 국가대표 축구경기를 보며 내가 해도 저 감독보단 잘 할 거라며 각종 커뮤니티와 중계 서비스 댓글 창을 가득 채우는 수많은 네티즌, 어제 저녁에 방송된 드라마로 뜨겁게 토론이 달아오르는 직장의 휴식시간과 이 주제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 드라마를 보거나 유튜브로 요약이라도 보는 직장인에서부터 자신의 경험을 미주알고주알 재잘재잘 부모님에게 이야기하는 아이, <캐스트 어웨이>에서 무인도에 표류되자 배구공에게 윌슨이라 이름 짓고 마치 사람처럼, 친구처럼 대하는 놀랜드에 이르기까지, 인간은 경험을 서사로서 받아들이고, 서사로서 세상에 다시 내놓으며 소통하기를 원한다.

서사에 있어 사람은 욕심쟁이다. 서사를 다시 세상에 내놓는 과정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를, 또 그런 소통을 통해 그 과정에서 상대에 대한 배타적이고 독점적이며 일견 지배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 위치를 점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목표 대상에 효과적으로 소구하기 위하여 타겟의 입맛에 맞도록 이야기에 양념을 치거나, 그 타겟이 훨씬 이해하기 쉽도록 알기 쉬운 비유를 덧붙이거나 번역을 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서사의 타겟이 될 수 없음을 알지만, 적어도 목표한 타겟에 있어서만은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원한다. 그렇기에 아이가 부모님께 자신의 경험을 신나게 떠들어댈 때 부모님이 딴청을 부리면 토라지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자신의 서사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원하기에 때로는 서사의 배경과 소재가 되는 기반인 경험을 갈아타는 것 역시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매 분기마다 쏟아지는 수많은 애니메이션이나 드라마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작품을 보는 것을 선택하길 원한다. 제작자들 역시 이런 대중의 성향을 고려하여 작품 초반에 인구에 회자될만한 충격적이거나 논쟁적인 장면을 배...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일하는 청년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5
팔로워 221
팔로잉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