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해도 다정해
2024/09/05
서늘한 바람이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으로 바뀌면 또다시 생각합니다. '수능 시즌이 다가온다'는 것을요.
저는 이렇게 남들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계절을 기억합니다.
봄은 장범준의 노래로,
여름은 제 생일로,
가을은 구직 사이트의 공고들로,
겨울은 수능으로, 한 계절의 시작을 알아차립니다.
이슬아, 남궁인 작가의 <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라는 책에서 본 문장입니다.
하여간 우리는 늘 뜯어먹고 살 과거가 필요한 것일까요. 그리고 그 찬란한 시간은 우리에게 다시는 오지 않는 것일까요. 저는 빛나는 시간들을 이미 모조리 탕진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들은 되돌릴 수 없으니 아무리 찬란했어도 죽어버린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무엇이든 아쉽지 않습니까?
이번 여름은 아주 지긋지긋했습니다. 아휴. 너무 더웠고, 정말 더웠고, 심각하게 더웠습니다.
덥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더웠습니다.
그렇지만 이들의 말마따나 여러모로 아쉬운 계절입니다.
해낸 것과 해내지 못한 것, 계획한 것과 실행한 것 사이의 괴리감 때문이죠.
여름의 끝에서 전하는 안부 인사입니다.
안녕들하신가요.
이번 여름은 괜찮으셨나요?
소리는 상대적인가
넷플릭스에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매회차엔 이런 내레이션이 나옵니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커다란 나무가 쓰러졌다. 쿵 소리가 났겠는가, 안 났겠는가.
'이게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건 드라마에서도, 철학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문장입니다(라고 배웠습니다).
철학자 조지 버클리는 "존재하는 것은 지각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는데요. 지각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보거나, 듣거나, 만지거나, 냄새를 맡거나, 맛을 보는(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