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Re마인드
2023/04/29
2023년 1월, 발이 접질려 왼쪽 발등뼈가 골절당했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늘 그렇듯 대비할 수 없었고, 이후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다친 당일에는 한 걸음도 걸을 수 없었고, 반깁스 후에는 오래 걸어 다닐 수 없었다. 그리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목발을 사용하게 됐을 때 세상이 얼마나 기울어져 있는지 깨달았다. 길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쇼핑센터, 영화관, 대형 식당, 대중목욕탕 등과 같은 다중이용시설 또한 비장애인에게 맞춰져 있었다. 대중 안에 장애인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대중이 아닌 사회적 약자로 칭해지며 존엄성과 권리를 박탈당하고 있다. 나에게는 잠깐의 불편함이지만, 그들은 평생을 불편함 속에서 살아간다. 그 사실을 몸소 경험하고 나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잠깐의 불편함이 보여준 세상을 나누고자 한다. 이 이야기는 다리를 다치고 느꼈던 불편함에 대한 기록이다. 나의 이야기는 거창하지 않고 장애인의 삶을 대변할 수도 없다. 그저 이 글을 읽는 이들이 한 가지는 알아주었으면 한다. 비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들이, 사실은 차별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 본 이야기는 골절당한 ‘다리’의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나영 씨는 바닥에 설치된 턱에 발이 접질려 발등뼈가 골절당한다. 나영 씨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을 느꼈다고 한다. 이에 관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자 산성비의 여울은 나영 씨의 다리를 만났다. 그리고 그가 기록해두었던 일기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울: 안녕하세요. 저는 산성비의 여울이라고 합니다.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려도 될까요?
다리: 안녕하세요. 저는 나영의 다리입니다. 편하게 다리라고 불러주세요. 인간 다리로 살아가면서 인터뷰하게 될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무튼 잘 부탁드립니다.
여울: 그럼 인터뷰 시작하도록 할게요. 먼저, 사고 직후 심정은 어땠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다리: 하하, 당연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