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페미니즘 교실] “어떻게(HOW)?”에 대답하는 과정

조은
조은 · 작가, 연구자
2023/02/01

지금, 페미니즘 교실 연재 목록

들어가며 - 지금, 페미니즘 교실, 김동진
1화 - 변화가 불가능하다고 믿는 당신에게, 오혜민


“교육의 역설은 사람이 교육으로 눈을 뜨면서 자신을 교육해 준 사회를 검토하게 한다는 점이다.” 미국 문학가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이 한 말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이 인용문에서 말하는 교육이 가진 변화의 힘을 믿는다. 이제껏 한국 제도권 교실에서 ‘교과서 같은’ 지식들을 배우며 ‘교과서 같지 않는’ 경계의 개념들을 이해하고 검토하는 과정에 놓여 봤기에 이러한 힘을 더 믿게 된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검토를 가능케하는 교실을 만들기 위해 하나의 ‘과정’에 놓인 선생님이자 연구자로서 살아가고 있다.

내가 만나는 교실은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교실이다. 수업은 주로 학생들과 영어 동화책들을 읽고 다양한 감정에 대해 공유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요즘 애들’과 수업하는 그 공간은 누군가 말하던 ‘뭘 모르는’ 공간이 아니었다는 것을 자주 느낀다. 페미니스트이자 권력적 사고 과정을 의식적으로 해체하고 있는 나보다도 ‘작은 것들’에 주목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에게 익숙한 책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The Giving Tree)> 수업 중에는 ‘아낌 없이 주는 나무’를 보고 어떤 관계가 떠오르는지 다같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친구 관계 속 나무와 소년에 대해 말해보자고 했던 나는 나무-소년의 관계를 식민 지배 국가-피식민 지배 국가로 비유하며 둘의 국제적 관계에 대해 말한 학생이 있어 흠칫 놀랐다. 그 친구에게 “너 너무 역사적인 거 아니야?”라고 말하던 한 학생은 지구-인간의 관계를, 유난히 조용한 어떤 학생은 엄마-남동생 이야기를 묵묵히 적어내 페미니즘적 사고를 드러내기도 했기에 놀라움은 배가 됐다. 수업 중 마스크를 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대놓고 입을 ‘쩍’ 벌려 놀라는 내 모습을 철저히 가려줬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페미니즘 교실’을 지향한다고 해서 매번 완전하고 안전한 교실이 저절로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 대놓고 소리를 내며 삐걱거리기도 하고, 처음에는 걸작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졸작이었던 경험들도 있다. 여전히 몇가지 사유가 충돌하여 이 수업은 어떻게 수업해야 할까, 하며 아직 정리하지 못한 과정들도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책 속에서는 나름 뿌듯했던 <싸커(Soccer)>를 제시했지만, 이 글에서는 아직 모호한 ‘과정’ 자체에 대해 진솔히 말 해보려 한다.
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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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거치며 응용언어학 분야인 코퍼스 언어학과 비판적 담론/담화 분석, 비판적 페다고지를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영어를 가르치고, 번역 작업을 하며 책 <지금 시작하는 평등한 교실>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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