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페미니즘 교실] 연재를 시작하며
2023/01/25
며칠 전 오랫동안 미국에 살고 있는 남성 지인과 설 안부인사 통화를 하는 중, 그가 나에게 한국의 페미니즘 갈등 현상에 대해 물었다. 10년 넘게 미국에서 살다 보니 한국 관련 소식을 인터넷, sns 등으로 접할 수밖에 없는데, 본인이 접하는 정보가 제한되어 있다 보니 sns로만 볼 때는 한국에서 페미니즘 관련 갈등이 심각한 것 같다며 ‘요즘 정말 그러냐’고 물었다.
그 순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이야기해주어야 할지 막막했다. ‘요즘’은 언제일까, 그가 말하는 ‘갈등’은 무엇일까. 여자들이 자꾸 죽는데, 그게 갈등일까. 일터에서 일하다 스토커에게 죽고, 남성 애인에게 폭행당하다 죽고, 친아빠에게 성폭행당하고 죽는데, 그게 갈등일까. 여성 교사는 익명 교원평가에서 남학생에게 성희롱을 당하고, 자신이 가르친 남학생이 내 얼굴을 딥페이크로 만든 영상이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현실을 겪어야 하는데, 그게 갈등인가.
우리 사회에 성차별은 예전부터 존재해 왔다. 다만 예전 세대 여성들은 부당한 일을 겪어도 그저 참고 살았다면, 요즘 세대 여성들은 더 이상 참지 않고 부당함을 부당함이라고 말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이런 시대가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과거 페미니즘의 역사에서 논쟁이었던 이슈들이 지금도 그대로 되풀이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느낀 점이기도 했다. ‘아니, 이렇게 옛날에 이렇게 똑똑하고 훌륭한 여성들이 여성 억압의 원인에 대해서 이렇게 기가 막히게 분석해놓았잖아! 그런데 왜 지금도 이런 문제가 똑같이 존재하지?’라는 질문이 계속 맴돌았다.
평생교육을 전공하고 여성학 공부를 같이 했으며, 페페연구소에서 독서모임, 저술, 번역, 강의 등으로 페미니즘 교육 관련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공저로 '지금 시작하는 평등한 교실'(2022), 'N번방 이후, 교육을 말하다'(2020), 역서로 '벨 훅스, 당신과 나의 공동체'(2022), '페미니즘, 교차하는 관점들'(2019) 등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