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순우(박현안)
박순우(박현안) · 쓰는 사람
2023/01/08
혁신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 일으킨다

  산업혁명 이후로 서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지역이 되었지만, 사실 이 지역이 원래부터 다른 지역에 비해 특출나게 발전한 곳은 아니었다. 이슬람 학자인 사이드 이븐 아흐마드는 1068년 유럽인을 그저 '흰둥이 야만인'으로 이해력과 지능이 부족하고, 무지와 냉담, 분별력이 부족한 사람들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1377년에 이르러 좀 달라진다. 역사학자 이븐 칼둔은 이렇게 말했다. 

"최근에 프랑크족의 땅, 그러니까 로마와 지중해 북쪽 해안에 있는 로마 속국 땅에서 철학적 과학이 번성하고, 그 저작이 부활하고, 그것을 공부하는 수업이 늘어나고, 그 모임이 확대되고, 그것을 설명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p547

  조금씩 변화가 감지된 것이다. 이때만 해도 유럽은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주목할 만한 문명은 아니었다. 때문에 어떻게 산업혁명이 많고 많은 지역 중 하필 유럽이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지금까지 수많은 글이 쓰였다. 대의정부의 발전, 비개인적 상업의 부상,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 잉글랜드의 석탄 자원, 유럽 해안선의 길이, 유럽 사상가들의 명석한 두뇌, 유럽에서 벌어진 격렬한 전쟁, 영국 노동력의 가격, 과학 문화의 발전 등. 

  저자 조지프 헨릭은 이 모든 요인이 일정한 역할을 했지만,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교회가 유럽의 친족 기반 제도를 해체한 직후 확대되기 시작한 심리적 차이에 관한 이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것이다. 저자는 심리의 문화적 진화는 눈으로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라고 표현한다. 인간의 심리가 친족 기반 제도 아래처럼 고정되어 있었다면 이런 혁신은 유럽에서 진행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근거로 저자는 혁신은 단지 한 명의 영웅에 의해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혁신의 실제 작동법 네 가지는 다음과 같다. (1)아주 작은 부분의 추가로 일어난다. (2)이미 존재하는 발상이나 기법을 새롭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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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저것 씁니다. 『아직도 글쓰기를 망설이는 당신에게』를 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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