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에르메스 70% 할인

기며니
기며니 · 내 글이 돈으로 바뀌어야 먹고 살지.
2023/10/13
본사 직원만 받을 수 있는 혜택이었다. 명품을 파는 회사도 사무실은 회색 파티션에 어디에서나 볼법한 연회색 책상이 줄지어 놓인 무채색 공간이었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속의 화려한 옷차림에 개성 있는 사람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손목에 얹는 시계를 집 한 채 가격보다 비싸게 파는 명품 그룹도 직원 월급은 19,900원짜리 티셔츠를 파는 회사와 엇비슷하게 줬다. 매장 판매직원부터 본사 관리인력까지.

매장에 서서 손님을 응대하는 판매직군과 사무실에 앉아서 전국 매장의 모든 것을 숫자로 보고받는 본사 직원을 가르는 채용 기준은 종이 한 장. 4년제 대학 졸업장이었다. 그럼에도 문자와 카톡으로 은밀한 지령처럼 전달되는 직원할인 행사 일시와 장소는 관리 직군만을 대상으로 했다.

5000만 원 넘는 시계 천만 원 빼준데!

대리 한 명이 뒷자리 동기에게 작게 이야기했다. 천만 원을 빼줘도 대리 월급으로 감당하기 힘든 가격인데. 본사 인사팀에서 전 직원의 인사기록 카드 전산화와 인사 시스템 업데이트 업무를 맡았더니 지나가는 직원들 위로 그들의 연봉이 숫자로 보였다. 티셔츠마저 300만 원인 명품 브랜드들의 물건은 떨이 처리를 해도 범접할 수 없는 가격이 대부분이었다. 가방과 보석은 80% 넘게 할인을 해줘도 인턴인 내 월급으로 카드한도를 한참 벗어나 할부도 불가능했다. 사실 나뿐만 아니라 몇몇 임원급을 제외하고는 범접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웬만한 차보다 비싼 시계와 보석 역시 몇 분만에 재고가 소진됐다. 직원들은 빚을 내서라도 사두면 나중에 혼수 등 다 쓸 데가 있다면서 연봉보다 높은 가격의 물건을 모셔갔다.

샤넬, 루이뷔통, 까르띠에, 에르메스, 몽블랑 등등 상표만 봐도 아는 명품 브랜드들은 대부분 하나의 모회사에서 관리한다. 예를 들면 LVMH(루이뷔통 모엣 헤네시)사에 디올, 루이뷔통, 셀린느, 불가리, 티파니 등이 소속돼 있다. 보통 유럽에 본사를 둔  명품 회사의 한국 지사는 세계 1, 2위를 다투는 폭발적인 매출에 비해할 일이 많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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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세상을 깊이 읽고 쓰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전업 작가, 프리랜서 기고가로 살려고 합니다. 모든 제안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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