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사에서 알바를 했다. 부고 알림 작성, 우편물 가져와서 편집실 기자들에게 전달하기, 탕비실 간식 준비, 소포와 택배 부치기 등 잡무를 맡았다. 당시 한쪽 다리를 끌며 비뚤게 걷던 30대 중반 계약직 언니가 사수였다. 6년 차 그녀의 별명은 전무님. 회사의 역사, 인력배치, 자금사정, 인물을 비롯해 내외부 시설과 복지제도까지 사람들은 각 부서에 문의하기 전에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를 따라 우편물 뭉치를 들고 회사 곳곳을 누빌 때 모두로부터 듣게 되는 회사 내 사건사고와 뒷이야기는 너무 재미있어서 3시간 근무 시간을 30분처럼 줄여줬다.
계약직 그녀는 본인이 하마를 닮았다며 스스로를 함마라고 불렀다. "함마 왔습니다아"가 그녀의 인사였다. 까만 플라스틱 테보다 두껍고 볼록 굴곡이 있는 안경알에 확대된 함마의 눈은 홀로그램처럼 얼굴에서 떠있었다. 숱이 많은 단발머리를 대충 묶어 목 뒤에 머리가 잔뜩 튀어나와 있었고 흰머리도 다듬지 않은 잡초처럼 검은 머리 사이사이 자리했다. 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