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연한 인생과 신산한 삶 - 이호철의 <소시민>
엄연한 인생과 신산한 삶 - 이호철의 <소시민>
이호철의 「소시민」은 전시 피난지였던 부산 완월동 제면소에 모여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소설에서 이호철 작가의 자전적 인물인 스무 살의 화자 ‘나는 소시민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물들의 타락과 변화를 관찰하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고 있다. 이 소설의 특징적인 점은 1960년대 중반에 한국전쟁 시기의 부산을 배경으로 쓰였다는 점이다. 작가 이호철은 한국전쟁 시기의 부산을 60년대 근대화의 출발점으로 본 것이다.
소설에서 화자는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삶에 관해 쓴다. 이 소설 쓰기는 화자가 다양한 인물들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며 ‘소시민’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이러한 비평적 시선에 는 ‘관찰자’이자 주체라는 지식인 소설의 한계와 세태소설이라는 한계점이 있으나, 필자는 이러한 소설적 시도가 당대 사람들의 필연적 소시민화를 시공간적 배경과 연관지어 첨예하게 짚어낸다는 점에 주목했다.
또 위의 한계들을 뛰어넘는 작가의 ‘연민’과 ‘애정’이 이 작품을 감싸고 있다는 점을 이 작품의 탁월성으로 보았다. 이 글에서는 작가가 지향했던 바를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소설 전반을 살펴본 뒤, 이후 작품 밖에서 이 소설의 의의와 한계 지점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연민과 애정을 「소시민」에 드러나는 작가의 주요한 정서로 파악했는데, 이와 관련된 선행 연구로는 이호규와 김치수의 논의를 들 수 있다. 이호규는 ‘이호철 소설의 서정성을 주변 사람과 자연에 대한 작가 자신의 흔들리지 않는 애정에서 발효된 특성’으로 보았고 ‘이호철 소설의 인물들이 열악한 현실 조건을 지니고 있는 소외된 자들로 생존이라는 절대 명제 앞에 힘겨운 삶을 이어 나가지만 인간에 대한 애정, 삶에 대한 희망 등을 버리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