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단감을 사려다 내려놓은 사람들에 대해서
2024/03/02
마트에서 단감 6개에 1만 원이다. 방콕을 다녀왔더니 가격이 두 배가 됐다. 흔히 ‘100% 인상됐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단감을 사려다 얼마나 주저하는지 그 마음을 숫자로 나타낼 방법은 없다. 5천 원이였던 단감 세트가 10개가 팔려 5만 원의 매출이 발생했다면 GDP는 5만 원이 오른다. 그런데 가격이 올라 1만 원이 된 단감 세트는 5개만 팔려도 명목GDP는 역시 5만 원이 오른다. 지난해에 비해 5명은 단감을 먹지 못했는데 우리 명목GDP는 변하는 게 없다. 숫자는 이렇게 우리 현실을 가린다.
인상된 5천원은 사람들 마다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정률세라기보다 일종의 누진세다. 가난하면 더 크게 오른다. 우리는 그 차이도 계산할 수 없다. 단감을 들었다가 놓은 사람의 마음을 계산할 수 없다. 오직 ‘가격이 100% 인상됐다’라고 쓸 뿐이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둘 선물상자를 손에 쥐고 있었다. 어떤 이에게는 손에 선물가득 즐거운 설 명절이지만 어떤 이들은 명절이 부질없다. 명절이 부질없는 사람들의 특징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모임에도 고향에도 성당 미사에서도 조용히 사라진다. 사라지는 사람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 이 지하철에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한...
인상된 5천원은 사람들 마다 다른 무게로 다가온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은 정률세라기보다 일종의 누진세다. 가난하면 더 크게 오른다. 우리는 그 차이도 계산할 수 없다. 단감을 들었다가 놓은 사람의 마음을 계산할 수 없다. 오직 ‘가격이 100% 인상됐다’라고 쓸 뿐이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둘 선물상자를 손에 쥐고 있었다. 어떤 이에게는 손에 선물가득 즐거운 설 명절이지만 어떤 이들은 명절이 부질없다. 명절이 부질없는 사람들의 특징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모임에도 고향에도 성당 미사에서도 조용히 사라진다. 사라지는 사람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 이 지하철에 그런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 한...
나주의 이름 모를 산 근처에 사시던 할머니, 그 텃밭에 주저앉아 지금의 반토막도 안되는 손으로 잡초를 뽑다보면 금세 양 손에 풀내음이 진동했죠. 그렇게 키운 상추 조금 꺾어다 옆집 정육식당 이모님 갖다주면 한 광주리 가득 사과 담아주셨어요. 친구 집 놀러가면 귤 한 바구니, 갓 담근 김치라도 꼭 손에 쥐어주고 보냈었지만 오늘은 집 들어오는 길에 먹을 사과 한 봉지 아래 써있는 만원이라는 글씨에 별 생각 없이 체념했어요. 어릴 적 아무 생각 없이 주워 먹었던 사과, 배 따위의 것들이 지금은 저보다 크게 느껴지네요.
공산주의와 사회주의가 범죄자들에 의해 현실화되는 과정에서 자본주의는 반사이익으로 절대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됐지만 자본에 매몰돼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은 사회 유지를 위한 필수불가결한 존재처럼 터부시 되는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숫자를 이용해 더욱 철저히 개인을 소외시켜요. 사과를 사먹지 못하는 나의 불행은 나 혼자만의 불행이지만, 우리나라의 성장률은 국민 전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죠. 실상 사과를 사먹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괴감을 느끼지만 성장률의 숫자는 대부분 기업의 서류 위에, 은행의 계좌 속에서만 나타나는데 말이죠.
3년 전 쯤, 기자 일을 하면서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전달하고 싶었어요. 실제로 그랬고요. 참 보람있고 잘 맞는 직업이라 생각하고 서울로 올라와서 더욱 큰 언론사에서 일하려 했지만 몇번 좌절당하니 쉽게 포기해버리고 이젠 다른 삶을 살고 있네요. 그래도 아직 서른밖에 안되서 그런지 다시금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들게 됩니다.
기자님 덕분에 과거부터 현재까지 저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는 기회가 됐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숫자가 미처 표현해주지 못하는 현실을 잘 담아내기 위해 공무원ㆍ학자 등 정책전문가들의 섬세한 관심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ㆍ명목과 실질상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서요ㆍ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