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배기를 닦아 뿌링클을 사다
뚝배기를 닦아 뿌링클을 사다
살기 위해 발버둥친 삶은 아니었다. 그래서 저자와 나를 같이 묶기에는 어색하다. 그럼에도 이 책의 시니컬한 첫 문장이 깊게 다가온다. 유쾌하고 밝고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이란 'MZ세대'의 범주에 묶이지 않는 친구들. 분명히 엄청 많다는 거 저자도, 나도, 우리도 알고 있다.
어릴 때 만난 친구들이랑 둘러앉아 있다 보면, 공통점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친해졌나 싶다. 그래도 둘러앉아 있다 보면, 우리들 사이에 우리를 아직까지도 묶어주는 최소공배수가 있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게 원래 있던 건지, 아니면 친하게 지내다 보니까 생긴 건진 몰라도.
살아온 배경이 달라도 나는 가슴아프게 공감했다. 결국 우리 세대, 평범 이하의 삶을 살아온 사람들 밑바닥에 비슷한 정서가 있다는 것 아닐까. '이대남'으로 그걸 정의하기엔 한참 못 미치는 것이겠지. 그런 의미에서 '조져진 Z세대'. 반갑고 귀여운 이름이다.
페미니즘에 대해서도 솔직한 생각을 들을 수 있다는 것 역시 이 책에서 놀란 점. 단순히 '반페미니즘'이 아니라, 하층계급 남성의 심경이 핍진하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본인의 자격지심을 부정하지 않는다는 것도 놀랍다.
나도 계란찜을 좋아했다. 전역 후 쿠팡 물류센터와 스타벅스 파트너 대신 설거지 일당 알바를 택하기 전까지는.
나는 우리 세대가 특별히 개인주의를 추구하는 것도, 개인주의에 입각하는 행동만을 하는 것도 아니라고 본다. 그럼에도 우리가 개인주의를 추구한다는 의견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 P29
그 분석이 맞는다면 오히려 이렇게 읽는 것이 옳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