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신부 - 천창수 울산 교육감 당선을 보며

김형민
김형민 인증된 계정 · 역사 이야기 좋아하는 50대 직장인
2023/04/07
울산 교육감 선거가 끝났습니다.  노옥희 전 교육감이 갑자기 별세한 뒤 치러진 선거에서 그 남편인 천창수 후보가 압도적 지지로 당선됐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그만큼 고 노옥희 교육감의 삶과 철학이 울산 시민들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노옥희 교육감이 돌아갔을 때 끄적였던 포스팅을 소환해 봅니다.  

그때 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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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해 3월 초 우리 동아리는 항상 바빴다.  호기심으로 문을 두드리든 작심하고 찾아오든 동아리방을 찾는 신입생들이 드글거렸고 그들에게 술과 밥 사느라 정신이 없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신입생 환영 공연을 연중행사로 치러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후배를 맞았던 1989년 3월도 다르지 않았다.  노래 연습하고 멘트 준비하고 대본 준비팀은 날밤을 몇 번이나 까면서 공연을 만들어 갔다.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순서가 슬라이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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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년에 이르러 ‘슬라이드’를 논하매 어언 박물관 품목에서나 찾을 듯한 물건이 돼 버렸지만 당시로서는 관객들에게 ‘시각 효과’를 싸게 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매체였다.. 필요한 사진을 슬라이드 필름으로 찍어 슬라이드를 만들고 노래 가사에 맞춰 그림만 바꾸는 실로 원시적인 도구였지만 노래와 버무려지면 의외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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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신문 - 80년대 분위기와 가장 비슷한 이미지를 골라와 봤다.
 1989년 봄 공연에서는 이 슬라이드로 약간의 논쟁이 있었다. 그 해 겨울과 봄 울산에서 있었던 무시무시한 사건들의 사진을 쓰느냐 마느냐 의견이 갈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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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1월 울산의 석남산장에서 MT를 즐기던 노조 관계자들이 괴한들의 습격을 받는다. 각목으로 무장한 괴한들은 한창 흐드러지게 술에 취하던 노조원들을 잔인하게 두들겨 팼다. 등짝에 피멍이 든 모습들이 선연했다. 같은 날 다른 곳에서도 습격이 있었다. 그 한 달 뒤 2월 21일에는 파업 중이던 현대 중공업 노동자들이 식칼 테러 공격을 받는다. 옆구리에 식칼 자국이 끔찍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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