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철학 보다는 역사에 가깝다

이종철
이종철 · 전문 에끄리뱅
2024/03/26
SNS가 일상화되다 보니 오래 전에 알았지만 그동안 소식을 모르고 지냈던 사람들과 연락이 되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동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무엇이 그리 바쁜지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살던 지인들을 SNS의 놀라운 개방성과 관계성 때문에 다시 연결되고 만나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만남에 대한 반가움도 컸지만 지인이 SNS에 써 놓은 명제에 꼿히는 특별한 경험까지 하게 되었다. 즉 "신학은 철학보다는 역사에 가깝다"는 것이 그렇다. 그저 가볍게 지나칠 수도 있는 글귀지만 일상의 철학화를 구현하고자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여기서 중요한 사유의 계기를 발견할 수도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명제의 이면에는 철학은 관념적이고, 역사는 구체적이다는 생각이 깔려 있을 수 있다. 신학은 관념적인 철학보다는 구체적인 역사의 현장 속에서 신을 만나야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겠다. 이 명제를 보면서 곧 바로 연상된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다."는 명제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시학>에 나오는 이 말은 널리 알려져 있다. 역사가 일회적이고 개별적인 사건을 다루는 데 반해 시는 단편적 행동이 아니라 개연성과 필연성, 혹은 전형성을 다룬다. "비극은 인간 존재를 움직이는 일련의 감정들을 합리적이고 보편적으로 이해하려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철학과 유사한 길을 가고 있다."(시학) 항상 사물이나 사건의 본질적 원인과 이유를 다루는 철학의 입장에서는 보편성을 떠날 수 없다. 이 점에서 전형성과 필연성을 다루는 시(詩)가 더 철학적이고, 개별적 사건에 매몰되는 역사는 하위의 학문으로 나타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로는 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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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비판》와 《일상이 철학이다》의 저자. J. 이폴리뜨의 《헤겔의 정신현상학》1(공역)2, G. 루카치의 《사회적 존재의 존재론》 전4권을 공역했고, 그밖에 다수의 번역서와 공저 들이 있습니다. 현재는 자유롭게 '에세이철학' 관련 글들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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