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퍼레이드는 왜 불허되었을까

June Choi
June Choi · 미국에서 정치이론을 공부하는 학생
2023/05/06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참가자들이 행진하고 있다. Getty Images.
서울시는 서울퀴어퍼레이드 조직위가 접수한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5월 3일 불허했다. 서울퀴어퍼레이드는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의 정체성을 기념하고 드러내는 주요한 문화행사로, 코로나 팬데믹이 있었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 2015년부터 매년 서울광장에서 진행되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극우 기독교의 반대에 시달리고 행정적인 차별을 받아 오다가, 급기야는 광장 사용을 불허 당했다. 표면상의 이유는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와 같은 날에 광장 사용을 신청한 기독교 단체의 신청을 우선해서 수리했다는 것이지만, 그 본질은 좁게 해석하면 자의적 행정권력이 시민의 기본권 행사를 가로막은 것이고, 넓게 보자면 성소수자의 존재를 지우려는 극우 종교단체와 정치인이 결탁한 움직임이다.

사건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기 전에 답해야 할 질문들이 있다. 혼자서 성소수자인 건 상관없는데 왜 굳이 공개적인 장소에서 남들이 불편해하는 성향을 드러내나요? 퀴어퍼레이드는 음란해서 금지된 것 아닌가요? 안철수 의원이 말한 대로, 보기 싫은 사람들의 권리도 있는데 미국에서처럼 도심 말고 외각에서 하면 안 되나요?

퀴어퍼레이드의 의미를 짚어보면서 위 질문에 답하고, 서울광장 불허 사건을 살펴보자. 사건의 전말만 자세히 보고 싶다면 '서울퀴어퍼레이드 불허의 전말' 단락에서 시작해도 좋다.

퀴어 퍼레이드의 의미
뉴욕대 로스쿨의 법학자인 켄지 요시노는 소수자 차별의 형태로 '패싱'과 '커버링' 개념을 제안한다. 소수자 정체성을 숨기라는 '패싱'의 압력과 소수자 정체성을 숨기지 않아도 되지만 드러내지도 말라는 '커버링'의 요구는 소수자가 본인 정체성에 충실한 삶을 살 수 없도록 차별한다.

예를 들어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소아마비에 걸려 휠체어를 타고 생활해야 했지만, 대중 앞에 나설 때만은 다양한 장치로 본인의 장애를 가렸다. 장애를 시각적으로 드러내면 당면하는 편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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