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없는 자주포와 50만원짜리 재떨이

김성호
김성호 인증된 계정 · 좋은 사람 되기
2023/05/07
병역을 마친 남자라면 모두 알고 있을 명품 무기가 있다. 개발 뒤 현재까지 수출로만 수조원에 이르는 수익을 올린 K9 자주포다. 세계 최고급 성능을 자랑하는 자주포를 한국 순수기술로 만들어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절로 어깨가 으쓱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불행히도 K9 자주포엔 민망한 사연이 하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러 상품들이 그러하듯 자주포 역시 수출용과 내수용이 다른 것이다. 이런 경우 대개 그렇듯 자주포도 수출용이 더 낫다. 차이는 다름 아닌 탑승자의 편의다. 내수용 K9 자주포엔 에어컨 설비가 없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건 뉴스를 통해서였다. 북유럽 국가인 노르웨이에 수출되는 자주포에 에어컨이 달려 있는 반면, 한국군이 운용하는 동일모델엔 에어컨이 없다는 얘기였다. 인터뷰에 응한 제조사 한화디펜스의 공정품질팀장은 기술력으론 얼마든지 에어컨이 탑재된 자주포를 한국군에 납품할 수 있지만 예산 문제로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요컨대 여름에도 선선한 북유럽국가 자주포에도 달려 있는 에어컨을 폭염 속에서 기동하는 한국군은 이용하지 못한다는 우스꽝스런 이야기다.
 
▲ 웨스트윙 시즌4 포스터 ⓒ NBC

에어컨 없는 자주포, 문득 떠오른 장면

이 이야기를 들으며 아론 소킨의 드라마 <웨스트윙>을 떠올렸다.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극작가를 거론할 때면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아론 소킨은 <웨스트윙>을 통해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했다. 이 드라마는 무려 일곱 시즌이나 제작되었는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척이나 좋아해 청와대 참모들과 수차례나 보았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미국 대통령과 보좌진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 네 번째 시즌엔 미국이 제 나라 군인을 바라보는 시선을 생각하게 하는 에피소드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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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서평가, 작가, 전직 기자, 3급 항해사. 저널리즘 에세이 <자주 부끄럽고 가끔 행복했습니다> 저자. 진지한 글 써봐야 알아보는 이 없으니 영화와 책 얘기나 실컷 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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