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문화의 시대] '발 샴푸'로 설거지를 하고, 벌레를 잡는다고?

이덕환
이덕환 인증된 계정 ·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2024/05/20
발 전용 세제가 등장했다. 온종일 신발 속에서 바닥의 더러운 먼지와 무거운 체중에 혹사당하는 발을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자칫하면 발에서 꿉꿉한 악취가 풍기게 되고, 딱딱한 각질이나 고약한 무좀이 생기기도 한다. 미국에서 처음 개발한 ‘풋 샴푸’는 그런 발을 적극적으로 관리해 주는 독특한 생활화학용품이다. 애써 허리를 굽히지 않더라도 스프레이 폼(foam) 방식의 풋 샴푸를 발에 뿌려주기만 하면 된다. 놀라운 세정효과가 나타나고, 부드러운 향기가 풍기게 된다고 한다.
샴푸로 설거지와 벌레 잡기?
   
그런데 풋 샴푸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엉뚱하다. 기름기로 범벅이 된 프라이팬이나 에어프라이어와 같은 주방용품의 설거지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인터넷 후기가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심지어 풋 샴푸로 벌레를 퇴치할 수 있다는 창의적인 후기도 있다고 한다.

호기심이 넘쳐나는 소비자의 후기를 무작정 신뢰하기는 어렵다. 세정효과는 아무나 쉽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때의 종류와 상태는 물론 세제의 사용 방법에 따라 세정효과는 크게 달라진다. 그래서 소비자의 임의적이고 개인적인 평가는 도무지 믿을 것이 아니다. 세정효과를 평가하는 객관적이고 표준화된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에만 평가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

소비자의 후기는 제조사가 상품의 포장에 공개한 성분으로도 설명하기 어렵다. 실제로 풋 샴푸의 성분에서는 탁월한 세정효과에 필요한 특별한 ‘세제 성분’을 찾을 수 없다. 일반 세제에 흔히 사용하는 라우릴하이드록시설테인과 베이킹소다(소듐바이카보네이트) 정도가 고작이다. 풋 샴푸를 탁월한 샴푸로 만들어주는 성분이 들어있지 않다는 뜻이다. 소비자의 후기는 흔치 않은 스프레이 폼 방식의 사용법과 풍부한 향기가 만들어 낸 착시의 결과일 수 있다. 

더욱이 풋 샴푸에는 벌레를 죽이는 용도의 ‘살충 성분’은 도무지 찾아볼 수 없다. 약한 살균 효과를 가지고 있어서 가공식품의 보존제...
얼룩패스
지금 가입하고
얼룩소의 모든 글을 만나보세요.
이미 회원이신가요? 로그인
과학기술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과학 상식과 비판적 사고방식, 특히 생명의 근원이고 문명의 핵심인 탄소의 가치를 강조하는 '탄소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소개합니다.
7
팔로워 48
팔로잉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