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세이의 고고인류학 184편 - 너무도 위험한, 비상식적인 라이언에어 4978편 벨라루스 강제착륙 사건

알렉세이 정
알렉세이 정 · 역사학, 고고학, 인류학 연구교수
2024/05/24
2021년 5월 23일, 그리스 아테네를 출발해 리투아니아 빌뉴스로 가던 라이언에어 4978편이 MiG-29 벨라루스 전투기의 위협으로 벨라루스 민스크 국제공항에 비상 착륙했다. 라이언에어는 아일랜드 소속의 항공사로 브렉시트 이후 영국-EU간 항공 협정 변화에 대비해서 영국행 항공편은 라이언에어 UK라는 영국 자회사에서 일부 운항하는 것으로 분리되었다. 벨라루스 정부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충돌이 있었음을 강조하면서 이스라엘의 발포가 중단되지 않는다면 비행기를 폭파시킬 것이라는 하마스의 폭탄테러 협박이 전자우편으로 전달되었다고 발표했다.
사진 : Ryanair Flight 4978 forced landing in Belarus 사진출처 : EYEWITNESS NEWS, By Tim Lister

하마스는 이슬람 원리주의를 표방하는 비밀결사로서 테러단체이자, 군벌을 겸한 정당으로 팔레스타인에 자리잡고 있는데 현대 이슬람 원리주의 테레단체들이 대개 레닌주의를 추종하는 비밀 결사 조직들의 일부 요소들을 벤치마킹한 것과 같이 하마스도 그와 같은 요소들을 겸하고 있었기에 위험하다는 것이며 해당 항공기에 하마스 요원들이 타고 있었기에 그들로 보호하려 한다는 내용의 발표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발표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 협정이 발효된 이후에 보내졌으며, 하마스 측의 대변인은 이와 같은 항공기 폭발 및 기내 개입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한 테러를 미리 전자우편 따위는 보내지 않고 바로 시행하지 뭐하러 그런 불편한 협박 메일을 보내겠냐는 항변과 더불어 그리스에서 리투아니아로 가는 항공편에 특별한 악감정이 없기에 테러 같은 행위를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알렉산드르 루카센코 대통령은 민스크 공항 메일로 영어로 된 경고 서한이 들어왔다면서 서한 내용을 공개했다. 

벨라루스 측이 공개한 서한에는 "우리 하마스 전사들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EU사 이 전쟁에서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일을 그만둘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이어 "5월 중순 그리스에서 열린 델피 경제 포럼(Delphi Economic Forum) 참석자들이 라이언에어 FR4978 편으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면서 "이 여객기에 폭탄이 설치되어 있으며 만일 우리의 요구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폭탄이 23일 리투아니아 빌뉴스 상공에서 터질 것"이라는 협박이 담겼다 한다.

그 이유로 벨라루스 교통부 항공국 국장 아르툠 시코르스키(Артём Сикорский)는 벨라루스 민스크 공항 관제 센터가 여객기 승객들에게 압박을 주지 않으면서 국제 의무에 따라 여객기를 비상 착륙시키는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자국 공군 전투기까지 이륙시켜 여객기를 호송했으며 이 여객기에 대한 테러 위협이 접수되었기에 국제항공법에 따른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른 루카센코 대통령의 주장 또한 확고했다. 

그는  "당시 항공기가 벨라루스 국경을 넘어왔고 우리 영공에 있었다. 우리는 기내 폭발물 설치 정보를 기장에게 알리고 이를 공개해야만 했다. 폭발 위협 세력이 하마스인지 아닌지는 중요치 않다. 승무원들은 결정을 내릴 시간이 있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벨라루스 측이 강제한 것이 아니라 여객기 기장이 항공사, 목적지인 빌뉴스 공항 측과 의논해 민스크 공항에 착륙하기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항공국 국장 아르툠 시코르스키(Артём Сикорский)의 공식 주장보다 좀더 구체적인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리투아니아 수도인 빌뉴스에 가까운 지점에서 민스크로 회항한 이유에 대해선 빌뉴스, 리보프와 키예프, 바르샤바 등의 공항들이 폭발물이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여객기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루카셴코는 이륙한 벨라루스 공군 미그(MiG)-29 전투기가 여객기 기장에게 민스크 공항 착륙을 강요했다는 주장을 반박하면서, 전투기의 과제는 여객기를 위기 상황에서 안전하게 착륙시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루카센코 대통령은 여러 국가 출신의 승객 123명과 6명의 승무원이 공중에서 위험에 처해 있었다면서 비상착륙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만일 비행기에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고 테러리스트가 그것을 터뜨리려고 했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객기가 벨라루스 국민의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러니 나를 비난하지 말라. 나는 자국민을 보호하며 합법적으로 행동했다고 항변했다. 그런데 조사 결과 폭발물은 발견되지 않았고 이에 전 세계가 벨라루스와 루카센코 대통령을 비난했다. 자칫 잘못했으면 최악의 항공 사고가 발생했을지 모르는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당 항공편에는 벨라루스 반체제 유튜버로 알려진 로만 프로타세비치(Роман Протасевичи)와 그의 여자친구인 소피아 사페가(София Сафега)가 탑승해 있었다. 항공기가 민스크 공항에 착륙하자 항공기를 수색했고 KGB 요원들이 기내에 들어가 프라타세비치와 소피아를 체포해갔다. 그러자 벨라루스 당국과 루카센코가 정적을 제거하기 위해 여객기를 납치했다는 국제적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기 시작했다. 이에 루카센코는 그들이 벨라루스에서 유혈 폭동을 일으키려 했기 때문이라며 국가 안보상의 이유로 부득이하게 체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루카센코는 프라타세비치가 벨라루스 내 테러리스트 목록에 올라 있으며 그가 운영한 텔레그램 채널은 극단주의 조직으로 인정되어 있다면서 벨라루스 국적자인 프라타세비치와 벨라루스 영주권을 가진 그의 여자친구를 공항에서 체포한 것은 우리의 주권사항이라 강조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서방이 객관적인 정보에 관심이 없고 관성적으로 벨라루스를 비난하고 있다면서, 벨라루스의 적대 세력들은 '레드라인'을 넘어 행동했고, 상식과 도덕의 경계도 넘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대체적으로 EU,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들은 벨라루스의 민항기 납치 행위를 전면적으로 규탄하고 있으며, 러시아, 중국 등 반(反) 서방 국가들은 오히려 벨라루스를 지지했다. 또한 이전부터 루카셴코 정부에 불만이 있었던 벨라루스 시민들은 이번 사건을 규탄하며 시위를 벌였다. 마침내 EU는 민항기를 강제로 착륙시키고 승객을 납치하는 초유의 사태에 대해 즉각적으로 비난 성명을 내고, 벨라루스 국적기들의 역내 취항을 금지했다. 

또한 많은 EU 국가들은 벨라루스를 제재하고, 자국 항공사에도 벨라루스 상공을 우회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벨라루스에 추가 제재를 가할 것이며 2021년 6월 4일부터 모든 벨라루스 항공사의 EU 역내 영공 통과 및 EU 공항 접근을 금지하는 제한 조치 도입을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6월 24일에는 새로운 경제 제재를 도입했다. 벨라루스의 주요 수입원인 석유 제품, 염화칼륨, 담배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상품 거래가 제한되었다. EU 자본시장 접근도 제한되며, 벨라루스 정부나 공공 기관에 보험, 재보험을 제공하는 것도 금지되었다. 

더불어 벨라루스에 인터넷, 전화 통신 감시나 도청을 위한 장비, 기술, 소프트웨어, 군민 양용 제품과 군사용 기술을 직간접적으로 판매하거나 공급하는 것도 금지되었다. 미국 또한 벨라루스 9개 국영기업을 제재하고 미국과 벨라루스의 2019년 항공 협정을 임의적으로 적용했던 것도 중단했다. 바이든은 벨라루스가 국제법을 모욕했다고 밝혔으며 7월 6일부터는 인도주의적, 또는 국가 보안상의 이유를 제외하고는 미국과 벨라루스 간 항공권 판매를 금지하는 내용의 명령을 발표했다. 

NATO에서는 벨라루스 외교 사절단의 나토 본부 접근을 제한했으며 싱가포르 항공과 에어 아라비아 또한 벨라루스 영공 이용을 중단했다. 한편 프랑스는 2021년 6월 11∼13일 영국에서 열리는 2021 G7 콘월 정상회의에 벨라루스 야권 인사 초청을 희망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반면 중국은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다며 벨라루스에 대한 제재를 자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고 러시아는 서방 세력의 벨라루스 제재를 규탄하며, 서방의 제재 조치를 "감정적 분출"이라 언급했다. 러시아는 유럽에 역으로 제재를 하며 프랑스, 오스트리아에서 모스크바로 날아오는 일부 유럽 항공편을 거부하기도 했다.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5억 달러(한화 약 5575억 원)의 차관을 제공하고 양국 간 항공편 수도 늘리기로 합의하며, 서방의 제재에 맞대응했고 러시아 대외첩보국 국장 세르게이 나리시킨(Сергей Нарышкин)과 벨라루스 KGB 위원장 이반 테르텔(Иван Тертель)은 벨라루스 북동부 도시 비쩹스크에서 만나 서방의 공세에 맞서기 위해 공조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벨라루스는 2021년 6월 22일에 나치 독일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브레스트 요새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희생자를 기리는 기념식을 열었는데 루카센코 대통령은 여기에 참석했다. 

루카센코는 "그들이 우리 국민과 기업체에 전날 제재를 도입했다. 그들이 6월 22일에도 그랬다"며 연설했다. 1941년 6월 22일 나치 독일은 소련을 침공했었고 2021년 6월 22일은 나치 독일이 소련을 침공한 지 80년째가 되는 해로 벨라루스는 러시아 등과 함께 매년 6월 22일을 기리고 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제재를 가한 시기가 상징적이라 지적하면서 그들은 역사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벨라루스 외무부도 이 날 논평을 통해 서방의 제재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불순하고 비생산적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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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의 역사학자 고고학자, 인류학자. 역사, 고고, 인류학적으로 다양하게 조사, 연구하기 위해서 역사, 문화적 체험을 중시하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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