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지만 자극이 필요한 사람의 인간관계

김바리
김바리 · 읽고 쓰고 달리는 사람.
2024/04/18

    저는 외로움을 많이 타는 아이였습니다. 돌이켜보면 이렇게 눈치를 많이 보게 된 성격이 된 것도 '사랑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아들을 바랐던 집안에서 딸 넷에 막내로 자란다는 것은 집 안에서 나라는 존재 자체를 책의 '부록'의 개념으로 느껴지게 했습니다. 그렇기에 문득 위기를 느끼거나 하면 어머니에게 또는 주변 사람들에게 나는 이곳에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 했던 것 같습니다.

    친구 관계는 좁고 깊은 관계를 선호했어요. 내가 그 친구에게,  그 친구가 나에게 대체할 수 없는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요. 그래서인지 정말 친하다고 생각한 친구가 새로운 학급에 가서 새로운 친구를 사귄다거나 하면 과한 질투심을 느끼고 심지어 그 친구를 마음속으로 많이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되어갈수록 부담을 느낀 친구는 저를 떠나갔고, 때로는 제 의존적인 모습에 힘들었는지 일부 친구들과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했지요.

    많이 상처를 받았습니다.  아마 중2 때쯤이었을 거예요. 결속력이 강한 운동선수 팀원에서 평범하게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길을 택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운 좋게도 한 무리가 저에게 손을 내밀어 주었습니다. 목사님 딸이었던 한 아이는 저의 어떤 모습에도 너그럽게 이해해주고 배려해준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하루는 학교가 끝나고 교실 어디에도 친구들 무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작은 시골 시내에서 중학생 친구들이 갈 곳은 뻔했기에 저는 그 친구들이 사내 한 문구점 안에 있는 모습을 유리 너머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나를 떼놓고 시내에 놀러 나간 친구들에게 섭섭함을 진지하게 토로한다는 건 스스로를 정말 소심한 아이로 만드는 것 같기도 했고요.

    그날 이후 저는 변했습니다. 아니 변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의 호의를 쉽게 받아들이기 전에 의도를 파악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받을 상처를 걱정하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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