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편지59] 뽕나무 용사들과 세연

조은미
조은미 인증된 계정 · 읽고 쓰는 사람. 한강조합 공동대표
2024/06/06
(뽕나무 용사 세연과 세연엄마 강고운 님)

#샛강 뽕나무 이야기
저는 샛강 여의못 물가에 사는 뽕나무입니다. 봄에는 푸른 잎을 틔우고, 여름에는 검붉은 오디를 맺어 새들을 먹입니다. 가을에는 황금빛으로 물든 잎으로 찰랑거리는 가을단풍의 향연을 펼치죠. 겨울에는 하얀 눈이 소담하게 내려앉고, 새들이 작은 몸을 부려놓고 쉽니다. 

모든 살아있는 존재들에게 생로병사가 있듯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찬란한 기쁨이 피어나는 잎과 열매가 있지만, 열매에는 이들이 끈덕지게 달라붙기도 하고 잎을 병들게 하는 병충해가 생기기도 합니다. 올해는 유독 녹병균이 부글부글 노란 거품처럼 생겨서 푸른 잎을 병들게 합니다. 녹병균은 빠른 속도로 잎에서 가지로 번지며 저를 괴롭힙니다. 

저의 아름답고 건강한 자태는 희미해지고 심한 피부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모습이 됩니다. 저의 먹음직한 열매를 맛보려고 다가오던 사람들이 멈칫 걸음을 멈춥니다. 그늘 아래서 쉬려고 다가오다가 누런 잎을 보고는 쯧쯧 혀를 차며 외면하고 비껴갑니다. 저는 병을 이겨내려고 힘을 내봅니다. 그러나 집요하게 파고드는 이 낯선 균들은 저의 생명을 양분삼아 점점 더 커지고 늘어나며 저를 압도합니다. 성난 바람이, 무자비한 햇살이, 이 균들을 흔들고 죽이고 쫓아내 주기를 바라며, 이 시간을 견디고 있습니다.
(녹병균에 시달리는 뽕나무 C.윤상희)
(병든 뽕나무를 돕는 용사들 C.정성후)
#뽕나무 용사들 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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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생태를 가꾸고 강문화를 만들어가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에서 일합니다. 읽고 쓰는 삶을 살며,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숲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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