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주간 이어진 뉴스가 있습니다. 바로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인데요. 해당 발언은 대통령의 미국 순방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대통령 발언에 대한 논란은 해당 발언을 보도한 언론에 대한 책임으로 옮겨갔습니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방송사에 진상규명을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정권과 언론의 대결구도로 변질된 비속어 논란에서 사라진 것은 대통령의 사과와 해명입니다. ‘공영방송 민영화’까지 나아간 주장에서 언론의 자유는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에디터가 남긴 편지

대통령이 문제의 발언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다며 언론에게 화살을 돌린 후부터 국민의힘 국회의원들은 이 발언을 최초 보도한 MBC에 대한 공세를 퍼부었습니다. MBC가 사실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국익을 훼손하는 보도를 했다며 급기야 'MBC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TF'를 구성하기까지 했죠. 국민의힘 모 국회의원은 전문가에게 판독을 맡겨보니 '이XX'가 아닌 '이 사람들'로 판독되었다며 대통령을 적극 비호했습니다.

저는 이번 논란을 지켜보며 10년 전 SBS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의 한 장면을 떠올렸습니다. 드라마 <샐러리맨 초한지>에서 천하그룹의 총수가 된 회장 모가비는 임원 회의장에 걸려있는 사슴 그림을 보며 "저 말그림은 누가 갖다놓은거죠?" 라고 묻습니다. 말 그림이 아니라 사슴그림이라는 임원의 말에 모가비는 임원 한 명 한 명에게 다가가 위협적으로 "저게 어떤 그림으로 보이냐"고 묻죠. 모가비의 기세에 한껏 짓눌린 임원들은 하나같이 "말"이라고 답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고사성어 '지록위마'를 뒤집어 이르는 상황입니다.

사슴을 '말'이라고 지칭하는 모가비와 이번 사안의 잘잘못을 '언론'에게 묻는 윤대통령은 자못 비슷해보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