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의미를 고찰하다] 고통, 무료함, 평범함을 견뎌내는 것: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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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1

[문학 속 한 장면] 위화 作, <인생>


위화의 소설 <인생>의 원제는 ‘살아간다는 것(活着)’이다. 자연히 다음의 질문이 떠오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이처럼 ‘살아간다는 것’이란 제목에는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과 탐색이라는 작가의 의도가 들어있다.

한 가지 따져볼 것은 왜 하필 ‘살아간다는 것’이란 표현을 썼는가다. 중국어 ‘活着’이 정확히 어떤 의미와 뉘앙스를 지닌 것인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넘겨 짚어볼 따름이지만, 그렇더라도 한국어로 번역된 ‘살아간다’라는 표현은 ‘산다’, ‘살아남다’, ‘살아 있다’라는 표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준다. 이와 관련해서 작가의 말을 직접 들어보자.

이 작품의 원제 ‘살아간다는 것(活着)’은 매우 힘이 넘치는 말이다. 그 힘은 절규나 공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인내, 즉 생명이 우리에게 부여한 책임과 현실이 우리에게 준 행복과 고통, 무료함과 평범함을 견뎌내는 데서 나온다.

위화, <인생>, 한국어판 서문

작가에 따르면 ‘活着’이란 ‘힘이 넘치는 말’이다. 여기서 힘이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삶의 행복과 고통, 무료함과 평범함을 견뎌내는 힘이다. 버티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당장 죽을 것 같지만, 계속 살아도 별 수 있을 것 같진 않지만 어떻게든 견디고 버티는 것. 그것이 곧 삶이란 이야기다.

한때 SNS에서 유행했던 태그 중에 ‘#이게_사는_건가’ 라는 게 있었다. 오늘날 한국사회에는 그저 사는 게 힘들다고 느끼는 것을 넘어 삶이 삶 같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왜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개인의 탓, 즉 개인이 게으르고 무능해서라기보다는 법과 제도의 탓이 큰 듯도 하다. 법, 이라고 하면 “죽으라는 법은 없지”라는 관용어구가 떠오른다. 그런데 오늘날 이 관용어구는 많은 이들에게 더 이상 공감을 얻지 못한다. 법대로 했더니 직장을 잃거나 경제활동의 터전을 빼앗기거나 심지어 목숨을 잃는 일이 도처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죽으라는 법”이란 표현에 오히려 더 공감이 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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