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목사는 천국에 갈 수 없을 것이다" 어느 성직자의 부고기사를 읽으며

곽경훈
곽경훈 인증된 계정 · 작가 겸 의사
2023/02/08
1.
그에 대한 논란은 매우 많다. 영화에서 멋지게 그려진 것과 달리 일본 야쿠자와 협력했다는 설도 있고 사회주의에 온정적으로 반응하다가 갑작스레 노선을 변경하여 '백색테러의 선봉장'으로 나선 행동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빨갱이 사냥'에 몰두하던 무렵의 모습에는 '도살자'란 단어 외에는 어울리는 표현이 없다. 한국전쟁이 끝난 후에는 '독재자 이승만'에 반대했지만 그 이유도 분명하지 않다. 정말 민주주의를 신봉했는지, 아예 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알기나 했는지, 의심스럽다.

그러나 모든 논란과 문제에도 그가 일본 식민지 말기부터 해방정국과 대한민국 초기까지 '최고의 주먹'이며 '암흑가의 거물'이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덧붙여 '김좌진 장군의 아들'로 활동했다는 것도 분명하다. 진짜 아들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으나 자신을 '김좌진 장군의 아들'로 믿어 의심하지 않았으며 그에 따라 행동했던 것은 명백하다.

그렇다. 그는 영화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자주 등장하는 '종로의 김두한'이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김두한에게 '김좌진 장군의 아들'이란 정체성은 아주 소중했다.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고 아무리 '협객'이니 '조선 최고의 주먹'이니 미화해도 '건달패 우두머리', 상인들에게 '보호'를 명분으로 돈을 갈취하는 악당에 불과한 김두한에게 '김좌진 장군의 아들'이란 정체성은 자존감의 근원이었을 것이다. 해방정국에서 도살자처럼 좌익을 도륙했던 것도 그 정체성과 관련있다. 사회주의자가 김좌진 장군을 암살했다는 사실을 안 후부터 김두한에게 '빨갱이'는 결코 공존할 수 없는 '불구대천의 원수'이며 '반드시 제거해야할 악'에 해당했을것이다.

김두한의 사례처럼 떳떳하게 내세울 자랑꺼리가 없을수록 정체성에 집착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집단도 마찬가지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면서 백성은 헐벗고 국토는 황폐화했으며 '삼전도의 굴욕' 같은 정신적 충격까지 입자 조선의 지배층은 그후부터 성리학에 집착하며 소중화사상에 빠졌다. '우리야말로 성현의 말씀을 진실되게 지킨다'는 정체성 외에는 조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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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권의 메디컬에세이를 쓴 작가 겸 의사입니다. 쓸데없이 딴지걸고 독설을 퍼붓는 취미가 있습니다. <응급실의 소크라테스>, <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 <반항하는 의사들>, <날마다 응급실>, <의사 노빈손과 위기일발 응급의료센터> 등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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