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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은 · 15년차 집돌이
2023/01/26
예전에는 도서관이 책을 보는 장소라고 생각했어요. 크고 장서가 많은 도서관이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 믿었었죠.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도서관이라는 장소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니까요. 도서관은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책을 대여해 주고 책과 연계한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독서라는 관점에서 보면 독서량이 줄어드는 시대에 걸맞지 않은 비효율적인 공간이겠죠.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독서 인구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도서관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합니다. 

규모가 큰 도서관은 규모가 큰 행사를 진행합니다. 계층별로 다양한 문화행사나 독서모임을 진행하기도 하죠. 책이 중심에 있기도 하지만 때로는 음식이나 놀이가 중심에 있기도 합니다. 놀이를 언급한 책을 전시해 놓고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작은도서관은 큰 도서관와 연계한 프로그램을 개설하기도 하고 소수를 대상으로 그림책을 낭독하거나 다문화 가정을 위한 소규모 문화 행사 등을 진행합니다. 큰 도서관과 지역 주민들의 훌륭한 조력자입니다. 

처음 우리 동네에 마을 도서관이 만들어졌을 때를 기억합니다.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골목 귀퉁이에 조용히 도서관이 생겼어요. 그곳에서 기어 다니며 독후활동 체험을 한 어린이들은 이제 중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방학이 되면 봉사활동을 하며 어르신들이나 어린이들의 독서활동을 돕기도 해요. 대학생들은 공부방을 열어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학교 생활을 돕기도 하고요. 동네에서 아주 오래 살아온 어르신들은 사진이나 과거의 물건을 찾아 도서관에서 작은 전시회를 열기도 하고요. 어르신들이 직접 마을 풍경을 담은 사진을 찍어 간행물로 만들기도 했어요. 인근 대학 학생들이 자료를 정리했어요. 

서로 다른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이 만나 시간을 잇는 곳이 도서관입니다. 차별 없이 누구라도 평등하게 품어 안는 작은도서관은 연대와 화합을 꿈꾸는 지역 사회의 씨앗입니다. 가정이나 학교가 아닌 주민들의 가장 작은 공동체 중 하나가 바로 도서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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